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이 석불은 높이 110cm의 석조여래좌상으로 8~9세기 통일신라 작품으로 추정된다. 풍만한 얼굴과 약간 치켜 올라간 눈꼬리, 두툼하고 굳게 다문 입술 등이 돋보여 ‘미남석불’로도 불린다. 석굴암 본존불 양식을 빼닮아 당당하고 균형 잡힌 풍채로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한다. 이 석불이 권력의 심장부 청와대에 떡하니 앉은 데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굴곡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청와대 석불은 본래 신라의 왕경인 경주에 있다가 일제강점기에 서울로 반출됐다. 1912년 데라우치 마사타케 총독이 경주를 순시하다 이 석불을 보고 감탄하자 일본인 경주 유지가 이듬해 서울 남산 기슭의 총독관저로 진상했던 것이다. 이후 총독관저가 지금의 청와대 경내(옛 경무대)에 새로 지어지는 과정에서 불상도 함께 이전됐다. 석불은 노태우 정부 시절 대통령 관저 신축 때 또 한 번 옮겨져 현재까지 관저 뒤 북악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관저 일대는 청와대 경내에서도 보안등급이 가장 높아 참모진조차 함부로 접근이 어렵다.
기구한 운명의 청와대 불상이 서울시 유형문화재에서 국가 보물로 승격됐다고 한다. 관건은 지금부터다. 현재처럼 청와대에 둘 것인지 아니면 고향으로 돌려보낼지 여부다. 경주 시민사회에서는 당연히 돌려달라는 입장이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원 소재를 두고서 학설의 갑론을박이 있고 종교단체의 견해도 미묘하게 엇갈리는 모양이다. 차라리 국립박물관에 전시하자는 주장도 있다. 어떤 결론이든 정부가 청와대의 광화문 이전을 검토하니 잘생긴 걸작을 누구나 쉽게 관람할 길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권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