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틴베스트가 메리츠자산운용과 지난해 출시한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주주관여)펀드가 올해 초 국내 한 제조업체에 보낸 투자레터의 내용이다. 자칫 펀드가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주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말한다. 그는 “기업이 현금 보유가 커지고 있는데 배당률을 높이지도 않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시너지를 낼 방안을 찾지도 않는다면 지분을 보유한 펀드는 경영진에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며 “국내 펀드들이 주주권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주주권을 가진 펀드는 기업과 면담을 할 수 있고 회계장부 열람과 주주대표 소송 및 제안, 재무제표 승인, 임원 승인 등을 할 수 있는데 활용도 못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회복하자는 게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특히 류 대표는 “2세와 3세에게 기업을 대물림하기 위해 주가를 올리지 않으려고 기업가치 제고를 소홀히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상장 과정에서 주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자본주의 질서에 부합하게 주주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사회책임투자펀드를 통해 기업과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과 ‘라임-서스틴 데모크라시 사모펀드’를 내놓았고 하반기 메리츠자산운용과는 ‘메리츠 코리아인게이지먼트 사모펀드’를 출시했다. 류 대표는 “단기 투자가 아닌 장기 투자로 기업과 신뢰 관계를 형성해나가며 사회책임투자의 정수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은 각 운용사가 맡고 있지만 결국 의결권 자문기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서스틴베스트의 자문을 통해 인게이지먼트(배당 확대, 자산 매각 요구 등) 활동이 이뤄진다. 류 대표는 “단기 투자에 집중하는 적대적인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경우 기업의 문제 해결에 실패할 경우 수익률이 반등하기 어렵지만 스튜어드십 코드의 사회책임투자는 다르다”며 “사회책임투자의 경우는 기업가치가 좋고 재무적인 상태가 양호한데도 환경(Environment), 사회적 문제(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때문에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시장 수익률을 기본적으로 달성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