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때부터 오른 예술의전당, 제 집처럼 따뜻하고 편안해요"

개관 30돌 무대 서는 사라 장
4년만의 내한 공연으로
솔로이스트 17명과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오른쪽)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개관 30주년 기념 공연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아홉 살 때부터 무대에 오른 예술의전당은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한 무대입니다. 훌륭한 음향 시설 덕분에 소리도 부드럽지만 그저 무대에 서면 따스한 느낌이 들어요. 저한테 ‘예술의전당은 원더풀한 아트센터다’라고 얘기하는 해외의 동료 연주자들도 많이 봤어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사라 장(37·사진)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개관 30주년 기념 공연 간담회’에서 “17명의 뛰어난 연주자들과 함께 예술의전당의 30번째 생일을 축하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사라 장은 13일 오후 7시30분 젊고 재능 있는 솔로이스트 17명과 함께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14년 이후 4년 만에 갖는 내한 공연이다. 사라 장의 리드 아래 바이올리니스트 신아라·김다미·김지윤·윤동환·김덕우·양지인·양정윤·김계희, 비올리스트 이한나·정승원·윤소희·홍윤호, 첼리스트 박노을·이정란·심준호,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최진용 등이 협연한다.

‘사라 장과 17인의 비르투오지’라는 이름 아래 이번 공연을 함께 꾸미게 된 젊은 아티스트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비올리스트 이한나는 이날 간담회에서 “어렸을 때 사라 장의 연주를 보러 예술의전당을 찾은 기억이 있는데 세월이 흘러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같이 열게 돼 너무 영광이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에 사라 장은 “1년에 연주를 120개씩 몰아서 하는 것보다 (횟수가 적더라도) 의미 있는 연주를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며 “30주년 공연을 위한 리허설을 하면서 이렇게 훌륭한 그룹과 연주를 하는 건 처음이라고 느꼈다.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우고 있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러면서 “제 나이가 그렇게 많진 않은데 저를 보며 자랐다고 하니 기분이 이상하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사라 장은 유난히 예술의전당과 인연이 깊다. 지난 1990년 만 9세의 나이로 KBS교향악단과 협연한 그는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25주년 행사 등 굵직한 기념 공연 때마다 한국을 찾아 무대를 빛냈다. 사라 장은 “9살 때 예술의전당에서 무대를 가진 후 공연을 보러 오신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인사를 한 기억도 있다. 처음엔 그냥 할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뒤에 전해 들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사라 장은 13일 3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비탈리의 ‘샤콘느’ 와 비발디의 ‘사계’ 등을 연주한다. 전해웅 예술의전당 예술사업본부장은 “보통 20주년, 30주년 기념 공연이라고 하면 오케스트라 협연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지난 1988년 처음 문을 연 예술의전당이 긴 세월을 거치며 발전하는 동안 한국 음악계의 아티스트층도 그만큼 두터워졌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라 장은 최근 세계 문화계에 불어 닥친 ‘#미투(me too)’ 운동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그는 “30년 가까이 음악계 생활을 하면서 직접 당한 적은 없어도 본 적은 꽤 있다”며 “무대에서 좋은 음악을 창조하고 싶어하는 우리에게도 인간으로서의 권리는 소중하다”고 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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