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가계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5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이 매달 발표하는 속보치까지 감안하면 지난해 말 기준 59조원으로 추산된다. 1년 전(55조원)보다 4조원(7.4%) 늘어난 것으로 지난 2012년(10.5%) 이후 5년 만의 최대 증가율이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2015~2016년만 해도 가계 보험계약대출 증가율은 각각 2.6%, 4.6%에 그쳤다.
보험계약대출이 급증한 것은 팍팍한 가계살림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가구당 평균 7,000만원을 넘어섰는데 가계 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의 실질소득은 지난해 1~9월 전년 동기 대비 0.8% 쪼그라들어 7년 만에 마이너스 전환(-0.4%)했던 2016년에 비해 감소폭이 더 커졌다. ‘마지막 수단’인 보험에까지 손을 대는 가계가 늘어난 배경이다.
문제는 보험계약대출이 은행 신용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은데다(연 4~9%) 연쇄 부실 우려가 높은 다중채무자의 이용도 많다는 점이다. 금융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보험업권의 다중채무자 대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9월 말 9.0%로 저축은행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가계의 보험계약대출이 늘면 결국 보험 해약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아진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계약대출이 늘면 3~4분기 후 보험 해약 규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기가 나빠지면 재정상태가 악화한 가입자가 보험계약을 해약할 가능성도 높아져 보험사의 유동성 부족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