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배포된 수많은 콘돔은 어떻게 소비될까.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뿌려질 콘돔은 총 11만 개다.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양으로 선수 한 명당 37개의 콘돔이 제공되는 수준이다.
기사를 통해 해당 내용을 접한 국민들 대부분은 의아한 표정이다. 대체 이렇게 많은 콘돔이 어떻게 사용되는 것인지. 또 93개국에서 온 2,925명의 선수들은 어떤 식으로 만남을 가지는지 등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아주 단순한 방법이 사용됐다. 선수촌 내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발견하면 직접 찾아가 말을 거는 식이다.
지난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동성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2014년 한 방송에 출연한 그는 “외국 선수에게 인기가 많았다. 대시 받아본 적도 있다“며 ”대회장에서 몸을 풀고 스트레칭하고 있는데 갑자기 맞은편에서 외국 선수가 쓱 오더니 방 열쇠를 내밀고 갔다고 밝힌 바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부터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했다. 올림픽에서의 소셜미디어(SNS) 사용 규제가 풀린 덕분에 어플리케이션 사용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글로벌 1위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인 ‘틴더’가 대표적이다. 틴더는 주변에서 해당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이용자가 자동으로 뜬다. 선수촌에서 생활하는 선수들이 본인의 프로필을 어플리케이션 상에 올리면 마음에 드는 상대와 연결되는 ‘매칭’을 통해 만남이 이뤄진다.
실제 평창에서 틴더에 접속하면 올림픽 선수들의 프로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틴더를 이용하는 선수들은 당당하게 본인의 이름과 나이, 사진부터 어떤 종목에 출전하는지까지 프로필에 올려놓고 있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살펴보면 선수촌 내의 만남이 얼마나 잦은지가 잘 드러난다. 틴더에 따르면 평창의 틴더 사용자는 올림픽 기간에 348%나 증가했고, 서로의 프로필에 ‘좋아요’를 보내 매칭이 된 비율도 644%나 급등했다.
콘돔이 선수촌에 보급된 첫 올림픽은 공교롭게도 1988 서울올림픽이었다. 당시 배포된 콘돔은 총 8,500개. 이후로는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2000 시드니 올림픽 때는 콘돔 7만 개가 뿌려졌고, 2014 소치 올림픽 때는 10만 개까지 늘어났다.
올림픽 기간 중 선수들이 성관계를 맺는 사실을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바라볼까. 아직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성(性)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문화 탓이다.
그러나 20·30대 젊은 선수들이 2주 이상의 기간을 같은 공간에 머무는데 아무런 만남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무료 콘돔 배포를 불편하게 느낄 것이 아니라 안전한 성관계와 피임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건 어떨까.
/정순구·이종호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