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 서초점이 본격 개장한 9일 고객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슈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은 우리나라에서도 주민 평균 소득이 첫손에 꼽히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 상권은 오랫동안 일반 슈퍼인 롯데슈퍼 서초점이 쥐고 있었다. 조금 비싸더라도 고급 식자재를 선호하는 지역 주민 수요와는 어울리지 않았던 점포였다.이런 롯데슈퍼 서초점을 ‘소득 상위 30%를 위한 슈퍼마켓’이라는 콘셉트의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바로 주민들의 의지였다. 지난 2016년 6월 서울 강남구 롯데슈퍼 도곡점이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 1호점으로 변신하자 서초 일대 고소득층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선 것. 도곡동과 자산이나 소득 수준은 비슷한데 슈퍼만 뒤처져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초동 근방 주민 대표는 물론 상권을 공유하는 강남구 일부 지역 주민 대표들까지 서초점장을 찾아와 지역에 걸맞은 슈퍼로 바꿔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롯데슈퍼는 고민에 빠졌다. 새 단장을 하려면 최소 한 달은 영업을 멈춰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마저 수용하겠다고 나섰다. 지역에 걸맞은 고급 슈퍼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롯데슈퍼 서초점은 이달 소득 상위 30%를 위한 슈퍼마켓으로 재탄생하는 데 성공했다.
기자가 최근 찾은 서초점은 우선 고소득층을 겨냥한 매장답게 곳곳에서 일반 슈퍼에서는 볼 수 없는 상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정육 코너의 ‘에이징(Aging) 특화존’은 건조 단계를 세 가지로 나눠 고기를 따로 숙성하는 곳으로 눈에 띄었다. 일반 슈퍼의 정육 코너는 재래시장 정육점처럼 보일 정도였다.
또 다른 코너에서는 고객이 구매한 수산물과 축산물을 즉석에서 구워주기도 했다. 냉동식품 코너에는 프랑스 유명 브랜드인 ‘띠리에’ 제품이 한쪽 면을 채웠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소득이 높은 지역인 만큼 롯데마트는 물론 백화점보다 프리미엄 상품을 더 많이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8,000 종류의 취급상품 가운데 5%가량은 프리미엄 푸드마켓에서만 볼 수 있는 최상위 프리미엄 상품, 40%가량은 백화점 등 일반 고급 식품관에서 볼 수 있는 상품으로 구성됐다. 가령 일반 롯데슈퍼에서 파는 7,000원대 딸기 한 팩 옆에 당도가 20% 높은 2만 원대 프리미엄 딸기를 함께 진열하는 식이다. 보통 슈퍼에서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상품 비중은 55%에 불과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앞으로 지역 소비자들의 요구에 걸맞은 매장을 계속 만드는 것이 롯데슈퍼의 미래라고 본다”며 “프리미엄 푸드마켓을 전국 단위로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