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13일 결정했다./서울경제DB
제너럴모터스(GM)가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13일 결정했다. GM이 밝힌 내용을 바탕으로 이후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특히 GM이 이날 “2월 말까지 이해 관계자들과의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밝히자 ‘2월말 시한’의 함의를 놓고 신차 배정, 철수 등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 International) 사장은 군산공장 폐쇄 발표와 함께 “한국GM과 주요 이해 관계자는 한국 내 사업 성과 개선을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GM은 글로벌 신차 배정을 위한 중요한 갈림길에 있으므로, 한국GM 경영정상화와 관련해 GM이 다음 단계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이해 관계자와의 지속적 논의를 통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이번 조치(군산공장 폐쇄)는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힘들지만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이라며 “최근 지속되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GM 임직원과 군산 및 전북 지역 사회, 정부 관계자의 헌신과 지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앵글 사장과 카젬 사장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의 첫 단계로 ‘군산공장 폐쇄’를 어렵게 결정했으니 다른 이해 관계자, 즉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2대 주주) 등도 지원에 나서달라는 ‘요청’ 혹은 ‘촉구’의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앵글 사장이 언급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란 표현이다. 우선 “글로벌 신차 배정의 갈림길에 있다”고 말한 만큼 중대결정이 부평과 창원 공장 등에 대한 GM 신차 생산 물량 배정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한국GM 측도 앵글 사장의 ‘2월말 시한’ 발언이 신차 배정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M 관계자는 “2월말, 3월초에 글로벌 GM 차원에서 각국 사업장에 대한 신차 생산 물량 배정이 이뤄지는데, 이 전까지 GM과 함께 이해 관계자들도 협력해 한국GM 정상화를 위해 일련의 조처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20만~30만대 정도의 신차 배정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배정이 결정되더라도 생산라인 설치 등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할 때 실제 물량 배정은 2~3년 뒤에나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GM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중대결정’이 최악의 시나리오인 ‘완전 철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군산뿐 아니라 전체 1만6.000 명을 고용하는 한국GM 전체가 철수할 수도 있으니 이를 막기 위해 이달말까지 한국 정부나 산업은행 등도 적극적으로 지원에 동참해달라는 일종의 ‘경고’라는 주장이다.
GM의 진의가 ‘신차 배정’이건 ‘철수’건 분명한 사실은 이달말 전까지 우리 정부가 한국GM 지원에 대한 커다란 부담을 안고 압박을 느끼게 됐다는 점이다. 앵글 사장은 작년 말 방한 당시 산업은행, 정부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났고 지난달초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지난 7일 다시 입국해 한국GM 노조와 유정복 인천시장을 차례로 만났다. 앵글 사장과 만난 정부 인사들의 설명대로라면 GM은 지금까지 ‘포괄적 협조’를 요청했을 뿐 아직 구체적으로 유상증자 등 지원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제 GM 입장에서는 ‘군산 공장 폐쇄’라는 자구안을 공개한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정부나 산업은행 등에 구체적 지원안을 내밀며 손을 벌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최근 4년간 한국GM 적자 규모가 약 3조원에 이르는 만큼 만약 GM의 요청과 ‘고용’ 등을 고려한 판단에 따라 정부나 산업은행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 지원에 나선다면 산업은행의 지분율(17%)을 고려할 때 최소 5.000억 이상은 지출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아람기자 ram101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