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굴기' 속도…17조원 반도체 투자사 세운다

충칭시·칭화유니 등 자본금 조성
국가주도 시노IC캐피털도 합세
R&D단지·생산시설 구축 활용
전폭 지원 힘입어 기술력 높인 中
올해 메모리 공장 본격 가동 땐
공급과잉 따른 가격 하락 우려

반도체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이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분야 투자회사를 설립한다. 15%에 못 미치는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민간과 지방정부의 반도체 분야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반도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최근 수년간 글로벌 철강시장을 괴롭혀온 것과 같은 공급과잉 현상이 반도체 분야에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충칭시 정부와 칭화유니그룹·시노IC캐피털은 1,000억위안(약 17조원)의 자본금을 조성해 반도체 관련 집적회로(IC)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회사를 세우기로 합의했다. 반도체 칩 메이커인 칭화유니그룹은 향후 10년간 반도체장비와 공장 건설 등을 위해 최대 1,000억달러(약 108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충칭시는 밝혔다. 이 가운데 600억위안(약 10조2,500억원)은 충칭시에 연구개발(R&D) 단지를 세우는 데 쓰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칭화유니그룹은 이번 투자 이후 연간 1,000억위안 이상의 관련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에 참여하는 시노IC캐피털은 중국 IC산업기금을 관리하는 사실상의 국가 주도 투자회사로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와 투자기관을 부추겨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굴기를 이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2015년 반도체 등 신산업 제조 분야를 지원하는 미래산업 전략인 ‘중국제조 2025년’을 발표한 후 2016년 기준 13.5%에 불과했던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이 기간에 최대 1조위안(약 170조원)을 관련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2014년에는 반도체 산업 발전지침을 발표하고 국가반도체산업투자펀드를 설립하는 등 반도체 산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 산업 관련 펀드에서 나온 자금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대한 공격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보조금으로 반도체 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대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자 중국은 지난해부터 공개적인 보조금 대신 펀드 등 투자기관을 통한 우회적 지원에 무게를 실어왔다.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어 반도체 후발주자였던 중국은 기술력이 낮은 후공정 분야를 비롯해 내수를 기반으로 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파운드리 산업 등에서 이미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반도체굴기의 선두주자인 칭화유니그룹의 경우 2014년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9억달러에 인수해 반도체 설계 기술을 확보했고 이후 대만 등의 반도체 설계 업체와 제조사들을 인수하며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난징에 공장을 건설해 매월 반도체웨이퍼 10만장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칭화유니를 비롯해 푸젠진화·허페이창신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완공한 메모리 공장들이 올해 본격적인 생산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 메모리 생산량의 20% 수준까지 시장에 쏟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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