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글로벌 증시가 당분간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재정’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뉴욕증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을 겪은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시간표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지만 세제개편안으로 세수가 대폭 감면될 상황에서 인프라 투자 등 지출할 곳은 넘쳐나 시장 안정을 위한 마땅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최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 등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예산교서를 발표한 후 트럼프 행정부의 시장 안정 대책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9회계연도(2018년 10월~2019년 9월) 예산을 4조4,070억 달러(약 4,780조 원)로 신청했다. 예산안에는 인프라 투자 예산 1조5,0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를 10년간 연방정부 비용으로 충당하는 안이 그대로 실렸다.
재정적자의 증가는 대규모 정부채의 발행을 의미하는 만큼 시장 금리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10년물 국채 금리 평균을 3.1%로 전망했지만 시장 전망치는 3.5%에 달한다. 여기에 인프라 투자·법인세 감면 등으로 경기 과열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데는 최근 물가상승 기대가 높아지면서 연준의 긴축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관점이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구두 개입 외에 마땅히 없는 게 현실이라는 점이다. 당장 지난해 대규모 세제 감면으로 세수가 부족해진 가운데 인프라 투자 공약을 이행하려면 대규모 정부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시장 금리가 추가 상승하면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주식 시장에 있었던 자금이 채권 시장으로 이동하는 원인이 돼 금리가 하락하고는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국채가 지나치게 풀려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지나친 낙관론도 시장의 불안을 추동하고 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우리가 경제를 활기차게 유지할 수 있다면 정부는 더 많은 세수를 거둘 수 있다”며 ‘장기적 경제 활성화를 통한 세수 증가’를 재정관리 방법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드러내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측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실제 멀베이니 국장은 “분명히 재정적자와 (시중) 금리 급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재정적자가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