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를 집중하는 것은 어두운 방 안에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같다.
불빛을 비춘 그곳만큼은 보일 것이나 스포트라이트의 렌즈를 열면 빛이 너무 많이 분산되어 아무 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하버드 대학에서 실시한 어떤 유명한 연구는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심리학자들은 피험자들에게 농구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특정 색상의 셔츠를 입은 선수의 패스 횟수를 세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동영상 중간에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이 나와 9초 동안 지나간다. 동영상 재생이 종료된 후 연구자들은 피험자에게 두 가지 질문을 했다. “패스 횟수는 몇 번인가?” “고릴라를 보았나?”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패스 횟수를 정확히 답변했다. 그러나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는 피험자는 무려 50%나 되었다. 이후의 시선 추적 연구도 피험자들의 시선이 농구 선수들에게 집중되어 있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 피험자들은 절대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인간의 시각피질의 한 영역은 언제나 중요한 것을 골라내고, 중요치 않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걸러내 버린다. 패스 회수를 세기를 멈춘 피험자들은 대개 고릴라를 본 사람들이다. 이 연구의 저자인 크리스 채브리스는 멀티 태스킹을 시도하려고 할 때는 인간의 이러한 시각적 결함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집중력을 높여야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고, 모든 것에 다 신경을 쓰다가는 집중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Claire Maldarel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