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신형 벨로스터
르노삼성 클리오
현대 i30
쉐보레 아베오
푸조308
2007년 출시된 현대차(005380)의 i30는 그 해 1만1,000대가 판매됐다. 이듬해에는 2만9,300대로 늘었다. 이때만 해도 i30를 중심으로 한 해치백 차량은 국내에서 가장 ‘핫(HOT)’한 차종으로 꼽혔다. 전체 판매량을 보면 2006년 1만대 중반 수준에서 2007년 3만대, 2008년에는 5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인기는 금방 식었다. 2010년 i30의 판매량은 7,699대로 줄어들었고 이후에도 꾸준히 감소했다. 이때부터 한국시장은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얘기가 등장했다. 지난해 i30의 판매량은 4,617대에 불과했다. 2000년대까지 꾸준히 판매되던 기아차의 프라이드 역시 단종의 운명을 맞았다. 이랬던 해치백 시장이 최근 들어 무덤을 뚫고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신차들이 속속 등장하면서다. 최근 판매에 돌입한 현대차의 벨로스터가 첫 번째 주자다. 르노삼성의 클리오가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해치백의 무덤, 그 이유는=국산 해치백의 판매량이 급락한 것과 달리 수입 브랜드의 해치백 모델들은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폭스바겐의 골프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대표 모델인 골프2.0TDI의 판매량은 2009년 1,361대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 2015년에는 6,121대로 급증했다. 2009년부터 디젤 게이트로 지난 2016년 판매가 중단될 때 까지 골프2.0TDI는 국내 베스트셀링 수입차 톱10에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BMW의 118d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총 3,610대가 판매됐다. 이는 대표 세단인 5시리즈와 3시리즈에 이어 브랜드 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판매량이다. 벤츠의 A200 역시 연간 1,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볼보가 잇따라 신차를 출시했지만 해치백 모델인 V40은 500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별도의 고객층이 뚜렷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국산 해치백이 고전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작은 차 보다는 큰 차, 특히 세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해 그랜저IG가 한 달에 1만대 이상씩 팔려 나간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가격을 포함한 상품성 측면에서 국산 해치백이 밀린다는 분석도 있다. 경쟁 상대는 준중형 세단. i30의 경우 2007년 출시 당시에는 시작가격이 아반떼보다 140만원 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400만원 이상 비싸다.
◇쏟아지는 신차, 기대감 커지는 해치백 시장=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현대차는 벨로스터의 판매에 돌입했다. 7년 만에 풀 체인지 된 신형 모델이다.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 시스템 ‘사운드하운드’를 벨로스터에 최초로 적용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가격 역시 2,135~2,430만원 수준으로 경쟁력 있게 책정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 상반기 중으로는 르노삼성의 클리오가 출시될 예정이다. 클리오는 르노의 글로벌 베스트 셀링 모델로 세계 시장의 누적 판매량은 1,300만대가 넘는다. 지난해 유럽시장에서는 모든 브랜드를 통틀어 같은 차급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출시가 조금 늦은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클리오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다.
현대차의 고성능 차량 라인업인 ‘N’ 뱃지를 단 벨로스터와 i30에 대해서도 시장의 관심이 크다. 해치백은 뒷바퀴 뒤쪽 공간이 전체 차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덕분에 세단에 비해 민첩하게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다. 그 만큼 엔진 출력을 높이고 서스펜션을 딱딱하게 만든 고성능 모델과의 조화가 기대되는 차급이다.
내년에는 폭스바겐의 8세대 골프의 판매도 예정돼 있다. 판매 재개를 시작한 폭스바겐이 신차 순위에서 골프를 뒤로 배치한 것은 새 모델을 들여오기 위한 전략이다. 폭스바겐은 8세대 골프를 내년 6월부터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차 출시 자체만으로도 해당 차급 전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자체가 커진다”면서 “해치백 모델들이 잇따라 출시하고 있어 그 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관련 시장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더 치열해진 경쟁, 소형SUV 아성 깰 수 있을지가 관건=다행히도 해치백의 경쟁 차급이었던 준중형 세단은 몇 년 새 인기가 시들해졌다. 아반떼만 놓고 보더라도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경쟁자가 등장했다. 바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쌍용차의 티볼리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의 코나, 기아 스토닉이 가세했다. 가격대는 물론 외관도 해치백 차량들과 유사하다. 결국 해치백 시장이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