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이 도대체 뭐길래" 의무휴업 규제 형평성 논란

복합쇼핑몰 규제 추진 급물살
명확한 규정 없어 무관 주먹구구식 등록
업계 "합의된 기준 없이 대통령 공약이라고 졸속 추진"

정부와 여당이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월 2회씩 의무휴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가운데 각 유통업체 점포별 업태가 주먹구구 식으로 등록돼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예컨대 현재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형태는 백화점이지만 복합쇼핑몰로 등록된 신세계(004170)백화점을 품고 있고, 가구 전문점인 이케아가 롯데아울렛과 한 건물을 쓰는 상황에서 매장 면적이 3,000㎡만 넘으면 업태 등록은 업체와 지자체 의지에 따라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따로 분류가 없는 아울렛은 그야말로 천차만별로 등록돼 있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대기업 유통 점포들을 조사한 결과 복합쇼핑몰로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점포는 실제 쇼핑몰 형태 여부와 대부분 무관했다. 롯데그룹의 경우 복합쇼핑몰로 등록된 점포는 롯데백화점 창원점 본관(신관은 백화점), 롯데아울렛 파주·청주·이천·고양터미널·동부산·진주점 등 6곳이다. 이 외에 롯데몰 동부산·진주·은평점 등 3곳도 쇼핑몰로 등록돼 있다. 이 가운데 확실하게 쇼핑몰로 볼만한 곳은 롯데몰 3곳이 전부다. 반면 롯데몰 김포공항·수원점과 롯데월드몰, 롯데아울렛 김해·광명·서울역·이시아폴리스·부여·광주수완·광주월드컵·대구율하·구리·의정부·인천·가산·남악점 등은 모두 쇼핑센터로 등록돼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백화점 판교점만 복합쇼핑몰로 등록돼 있어 규제를 받게 된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송도점,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 등은 모두 쇼핑센터다. 신세계에서는 스타필드 하남과 고양만 복합쇼핑몰 규제를 받는다. 반면 쇼핑센터로 등록된 스타필드 코엑스몰과 전문점으로 등록된 프리미엄아울렛 4곳은 모두 규제 대상이 아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해 2월말 기준 전국 복합쇼핑몰은 총 31곳, 이 가운데 대기업 계열 쇼핑몰은 13곳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해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7곳, 신세계 3곳, 현대백화점 2곳, 포스코 계열 1곳 등이다. 이 중 소비자들이 쇼핑몰이라고 확실히 인식할 만한 곳 중에는 스타필드 하남·고양과 롯데몰 일부에 불과하다. 엉뚱하게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문을 닫고 롯데월드몰 등 상당수 쇼핑몰이 빠지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케아 같은 외국계 전문점도 해당 사항이 안 됨은 물론이다.

정부와 여당도 당초 이런 점을 고려해 면적 기준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면적 기준이 될 경우 백화점, 아울렛을 막론하고 전부 월 2회씩 문을 닫아야 해 규제를 추진하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너무 컸다. 또 등록 기준이 아닌 실제 업태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엔 점포별로 하나하나 들여다 봐야 해 규제 추진 속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 규제 대상은 복합쇼핑몰로 현재 등록돼 있느냐 여부”라며 “규제를 하되, 대규모 점포 등록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행 복합쇼핑몰 등록 기준으로 규제할 경우 형평성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쇼핑몰 정의가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등록을 재조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쇼핑몰 분류의 공을 지자체에 떠넘긴다 해도 조세 등 여러 이해관계가 엮인 상황에서 또 다른 불공정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중구난방 식 등록 실태를 감안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합의된 기준이 없는데 대통령 공약이니까 무조건 한다는 생각으로 규제를 몰아붙이는 것 같다”고 억울해 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