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배우 박형수, 긍정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자양분 돼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교도관 나과장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박형수의 반전 매력은 ‘순수함’에 있다. 드라마 속의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숨 막히는 차가움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tvN 수목 미니시리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슬빵’연출 신원호, 극본기획 이우정, 극본 정보훈)종방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배우들은 입을 모아 박형수 배우의 ‘순수함’을 이야기했다. 특히 드레스 코드를 그대로 지킨 그의 모습에 놀랐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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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코드에 대한 일화를 묻자, 박형수는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나과장이란 인물에 빠져있어서 살았는지 원칙을 중요시하게 살았나봐요”라며 재치 있게 답했다.
누군가는 ‘자유로운 영혼이라 매력적이다’고 하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너무 순수하셔서 사기를 많이 당할 것 같아요.’라고 평했다. 실제로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박형수는 수줍은 모습과 함께 날 것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가 사기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이유 역시 귀를 쫑긋하게 했다.
“동네 친구들이 저에게 ‘사기 치기 쉽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어요. 사람 말을 잘 믿고 많이 배려하는 성향이긴 한 것 같은데, 실제로 사기 당한 적은 없어요. 그런 부분에선 나름대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많이 보면서 조심하는거죠.”
“‘믿음’은 중요한데 약간의 의심은 있죠. ‘착하다’는 표현은 절 좋게 봐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저의 여린 부분을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
어린 시절 부터 융통성 없고, 원리 원칙 주의자였음을 유쾌하게 보여주며 반전을 뛰어넘는 웃음을 선사한 나과장. 박형수는 반전 에피소드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 보단 ‘신선했다’는 반응을 전했다.
“저 역시 ‘나과장이 왜 저럴까’란 의문들이 있었어요. 그 장면들이 나옴으로써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갑자기 반전이 나왔다면 너무 식상하지 않았을까요. 예를 들어 어릴 때 범죄자한테 지인이 살해당했다는 식의 반전이 나오면 어떻게 보면 뻔할 수 있는 스토리로 흐르는 거잖아요. 원래 어릴 때부터 저런 스타일의 애였다고 하니까 신선했어요. 나과장의 전사에 대해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이유가 나온 걸 좋아해주셔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
교도소 속의 죄수들 외에 확연한 색깔을 지닌 교도소장(안상우), 팽부장(정웅인), 나과장(박형수)은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더했다. ‘교도소엔 팽부장 같은 사람, 나과장 같은 사람이 다 있어야 한다’는 대사 역시 박형수의 마음을 움직인 장면이기도 하다. 교도소장에게 부족한 결단력을 강화시켜 준 이는 다름 아닌 나과장 이었다.
“팽부장은 수용자를 보듬어 준다면, 나과장은 거기에 반대해요.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인만큼 범죄자는 범죄자로 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거죠. 교도소장은 저의 꼭두각시 같은 느낌이랄까. 저보다 높은 위치에 있지만, 뭔가 소장님이 결단력이 없고 우유부단하게 나와요.”
“중반 이후에 소장에게 팽부장을 내보내자고 할 때 ‘네가 나가’ 라고 하세요. 대사에도 나와있듯이 한 쪽에만 치우친 사람만 있으면 조직이 운영되기 쉽지 않아요. 교도소내에서 양면성을 가진 인물이 있어서 교도소가 잘 운영이 되지 않나. 작가님이 그렇게 생각해서 쓴 것 같아요.”
‘슬빵’의 열렬한 시청자이기도 했던 박형수는 문래동 카이스트로 열연한 박호산의 연기를 보며 매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박호산의 연기를 극찬했다.
“대본상으로 봤을 때, 호산이 형님이 만들어낸 그 정도의 재미를 상상하지 못했어요. ‘말 짧게’ 라고 써진 대본을 훨씬 재미있게 살리신 것 같아요. 문래동 카이스트 역할이 놀라웠어요. 전 감히 엄두도 못 낼 연기였죠. 엄청났잖아요.”
박형수는 2008년 극단 학전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으로 데뷔한 10년차 배우이다. 뒤늦게 배우에 대한 꿈을 품고 서울예술대 연극과에 진학했다. ‘슬빵’을 함께 한 최연동 배우와 함께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한 동기이다. 그 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독립영화 및 단편영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영화 ‘몸값’ ‘공조’, ‘원라인’, ‘임금님의 사건수첩’, ‘보통사람’ 등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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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첫 브라운관 도전작이었다. 무엇보다 안방극장에서 아들을 볼 수 있어서 드라마 ‘다시보기’를 하며 가장 행복해했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정액제 요금을 몰라 ‘다시보기’ 요금이 많이 나왔는데, 다음 드라마 출연작에선 정액제 요금을 결제 해야겠다”는 귀여운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었다. 나과장의 꽃길은 이미 펼쳐졌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저를 시청자분들에게 소개해 준 작품이에요. 제 이름을 기억해주신다면 좋겠고, 그렇지 않더라도 절 우연히 보고 나과장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 할 것 같아요. 영화 보기, 멍 때리기 등을 좋아하는 되게 평범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사람입니다. 고민이 있을 땐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시간을 되도록 적게 가지기 위해 노력해요.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