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함부르크=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러시아 인사 및 기관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지난해 뮬러 특검이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대선캠프 선대본부장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인사 4명을 기소한 데 이어 러시아 인사까지 기소하면서 특검 수사의 열차는 머지않아 종착역인 트럼프 대통령을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법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뮬러 특검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서비스(SNS)의 게시글과 광고 등을 이용해 미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러시아 인사 13명과 러시아 기관 3곳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부터 수사를 벌여 온 뮬러 특검이 러시아 측 인사와 기관을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에 따르면 러시아는 대선 2년 전인 2014년부터 사이버 공간을 통한 대선 개입에 착수했다. 선거개입 공작의 본거지 역할을 한 것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본사를 둔 ‘인터넷리서치에이전시(IRA)’다. 러시아 정보기관이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IRA는 미국인의 신원을 도용해 만든 가짜 계정으로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분열을 조장하는 일명 ‘트롤팜(troll farm)’ 역할을 했다. IRA의 임무는 당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는 한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흠집 내는 것이었다고 특검은 설명했다.
기소된 러시아 측 인사 중에는 ‘푸틴의 주방장’으로 부르는 예브게니 프리고친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IRA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프리고친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 고위관리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10년 넘게 이어진 인연을 바탕으로 러시아 군내에서도 음식사업을 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로드 로즌스타인 미 법무차관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공모자들은 미국 내 불화를 조장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하고 싶어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이 러시아 인사 및 기관을 기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공모는 없었다”고 즉각 반박하며 또다시 ‘가짜뉴스’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그는 로즌스타인 차관이 “기소된 행동이 대선 결과를 바꿨다는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언급한 부분을 거론하며 “가짜뉴스 언론들이 해당 러시아 그룹이 내 대선 출마 한참 전인 2014년에 설립됐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을 얼마나 원하지 않는지 참 우습다”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특검의 기소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려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대선 개입 자체가 거짓말이라는 자신의 주장과도 맞지 않는다”며 특검이 트럼프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러시아가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이제 정말로 논란의 여지 없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가짜뉴스의 온상이었다는 비난을 받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는 특검 기소 발표에 바짝 긴장하며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전미 주 국무장관 협의회’ 콘퍼런스에서 앞으로 선거광고 구매를 원하는 사람에게 엽서를 보내 신원과 주소를 확인하는 절차를 올해 안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트위터는 특검·의회 조사에 대한 협력을 계속할 것이며 당국에 정보를 제공하고 협조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