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제재정연구포럼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기로에 선 한국경제, 싱크탱크의 분석과 제언’이라는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여야 의원들이 싱크탱크 발전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안 그래도 국제 경쟁력이 빈약한 우리나라 싱크탱크가 교육·복지·환경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분야에서는 ‘불모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두뇌 쟁탈전이 치열한 가운데 고급 인력 유출마저 더 심각해져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재의 요람이 돼야 할 싱크탱크가 더 허약해지고 있다.1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국제관계프로그램 산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TTCSP)’이 전 세계 7,815개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를 보면 교육정책 분야 상위 61개 기관 중 한국 싱크탱크는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본 국립교육정책연구소(NIER)가 1위를 차지했고 중국도 16위로 상위권에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복지 분야에서도 한국 싱크탱크는 불모지나 마찬가지다. 보건정책 분야 상위 55개, 사회정책 분야 상위 100개 기관 중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싱크탱크는 한 곳도 찾아볼 수 없다. 반면 보건정책 분야에서도 일본은 3위, 중국은 최고 15위를 차지해 고른 성과를 보여줬다. 특히 중국은 보건정책 분야에서만 5개 기관이 상위권에 포함돼 중국 내 싱크탱크의 양적·질적 성장을 지표로 드러냈다.
교육과 복지는 국가의 지속 성장과 미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분야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세계 유수의 싱크탱크가 밀집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미국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의제 설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의 싱크탱크들이 교육정책 분야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교육정책 분야를 보면 상위 싱크탱크 10곳 중 8곳이 미국 기관으로 브루킹스연구소(3위), 카토연구소(6위) 등 국제경제·안보 분야에서 특히 명성이 높은 싱크탱크들도 교육정책 연구에서 세계 정상급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재 ‘엑소더스’는 국내 싱크탱크를 더 허약하게 만들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7 세계 인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두뇌 유출(brain drain) 지수는 10점 만점에 3.57점으로 63개국 중 최하위권인 54위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고급인력 유인지수도 4.19점으로 48위에 그쳤다. 한국을 빠져나가는 토종 인재가 늘어나는 가운데 해외 인재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외교계 관계자는 “미국·영국 등 선진국 싱크탱크를 보면 사회적 의제 설정을 주도하고 여론과 소통하면서 정책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며 “교육정책 연구를 위한 브라운센터를 따로 두고 있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처럼 한국 싱크탱크들도 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