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마저 中에 압도당한 韓]'복지·교육' 두뇌 없는 韓

성장·미래동력 핵심 분야 불구
복지·교육 싱크탱크 '불모지'
한국 두뇌유출지수 최하위권
'인재 유인'도 63개국중 48위

국회 경제재정연구포럼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기로에 선 한국경제, 싱크탱크의 분석과 제언’이라는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여야 의원들이 싱크탱크 발전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안 그래도 국제 경쟁력이 빈약한 우리나라 싱크탱크가 교육·복지·환경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분야에서는 ‘불모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두뇌 쟁탈전이 치열한 가운데 고급 인력 유출마저 더 심각해져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재의 요람이 돼야 할 싱크탱크가 더 허약해지고 있다.

1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국제관계프로그램 산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TTCSP)’이 전 세계 7,815개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를 보면 교육정책 분야 상위 61개 기관 중 한국 싱크탱크는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본 국립교육정책연구소(NIER)가 1위를 차지했고 중국도 16위로 상위권에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복지 분야에서도 한국 싱크탱크는 불모지나 마찬가지다. 보건정책 분야 상위 55개, 사회정책 분야 상위 100개 기관 중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싱크탱크는 한 곳도 찾아볼 수 없다. 반면 보건정책 분야에서도 일본은 3위, 중국은 최고 15위를 차지해 고른 성과를 보여줬다. 특히 중국은 보건정책 분야에서만 5개 기관이 상위권에 포함돼 중국 내 싱크탱크의 양적·질적 성장을 지표로 드러냈다.


교육과 복지는 국가의 지속 성장과 미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분야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세계 유수의 싱크탱크가 밀집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미국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의제 설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의 싱크탱크들이 교육정책 분야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교육정책 분야를 보면 상위 싱크탱크 10곳 중 8곳이 미국 기관으로 브루킹스연구소(3위), 카토연구소(6위) 등 국제경제·안보 분야에서 특히 명성이 높은 싱크탱크들도 교육정책 연구에서 세계 정상급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교육·복지 분야 싱크탱크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그만큼 깊이 있는 지식과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생산할 주체가 부족한 셈이다. 이대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교육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높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천편일률적인 교육시스템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와 교육의 미스매치(불일치)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끊임없이 지적해왔지만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은 요원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인재 ‘엑소더스’는 국내 싱크탱크를 더 허약하게 만들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7 세계 인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두뇌 유출(brain drain) 지수는 10점 만점에 3.57점으로 63개국 중 최하위권인 54위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고급인력 유인지수도 4.19점으로 48위에 그쳤다. 한국을 빠져나가는 토종 인재가 늘어나는 가운데 해외 인재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외교계 관계자는 “미국·영국 등 선진국 싱크탱크를 보면 사회적 의제 설정을 주도하고 여론과 소통하면서 정책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며 “교육정책 연구를 위한 브라운센터를 따로 두고 있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처럼 한국 싱크탱크들도 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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