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타깃은 한국산 강관이다.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 가운에 강관제품은 전체의 57%로 절반을 넘는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내 셰일가스 붐으로 한국산 강관 수요는 급증 추세다. 실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5년 110만톤 수준이던 강관 대미 수출량은 지난해 200만톤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강관은 수출 가운데 미국 의존도가 지난해 기준 65.5%로 열연(3.9%)과 중후판(6%) 등에 비해 극단적으로 높다. 세아제강(003030)과 넥스틸·휴스틸 등 관련 업체들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이 오는 4월 최종적으로 최악의 선택지인 53% 관세 부과를 선언할 경우 강관을 넘어 한국 철강 산업 전반에 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은 포스코의 열연(60.93%)과 넥스틸의 유정용 강관(예비판정 46%)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매긴 상태다. 무역확장법이 발동해 53%의 관세가 더해지면 한국산 철강은 최저 53%에서 최대 114%에 달하는 관세를 맞는다. 특히 세아제강은 지난해 강관 수출액(8,020억원·추정치) 가운데 25%(약 2,000억원)가 미국 수출이다. 세아제강의 유정용 강관은 넥스틸보다 낮은 6.66%의 관세를 맞았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53%가 더해지면 최대 60% 수준으로 관세가 올라 수출이 불가능해진다. 미국 수출이 막히면 지난해 매출액(2조2,890억원·추정치)의 약 11%가 증발한다. 미주법인 매출액이 전체의 10%가 넘는 휴스틸도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미국 수출 비중이 3~4% 정도인 현대제철(004020)도 일부 수출물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철강업체들의 대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도대로 현지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수출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올해 미국이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등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세아제강은 1·4분기 미국 생산법인 안정화 작업을 마친 후 이르면 2·4분기에는 현지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넥스틸도 생산시설을 현지로 옮기려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미국 생산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반도체 등 다른 주력업종으로 통상 압박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점점 현실화돼가는 양상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결국 미국의 칼날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과 맞물리며 우리의 다른 업종으로 향하지 않겠느냐”며 “묘안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