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 산출 업무가 은행연합회에서 별도 법인으로 이관된다. 금융투자협회가 관리하고 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고시 업무도 별도 법인이 맡게 된다. 시중은행의 분담금을 받아 운영되는 은행연 등이 주요 금융지표 산출 업무를 맡게 되면서 생기는 ‘이해상충’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연이 고시하는 코픽스와 금투협이 관리하는 CD금리에 대해 별도 법인을 만들어 이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로부터 분담금을 받아 운영되는 은행연 등 이익단체가 주요 금융지표 산출 업무를 맡으면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며 “코픽스 등 주요 금융지표를 관리하는 별도 법인을 세우는 방안을 각 협회들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연말까지 별도 법인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코픽스·CD금리는 국내 은행들의 대출 금리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지표지만 그동안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코픽스 도입 이전 주요 단기금리 지표로 활용돼왔던 CD금리의 경우 지난 2012년 담합 의혹을 받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까지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2016년 4년간의 조사 끝에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지만 ‘부실 검사’ 논란이 이어지면서 CD금리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만 하락했다.
코픽스는 시중은행들이 은행연에 자료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주로 문제가 발생했다. 코픽스는 8개 시중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들어간 비용(금리)을 은행연이 집계한 뒤 평균 산출해 결정된다. 시중은행은 코픽스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각자 주담대 변동금리를 결정한다. 문제는 은행연이 금리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별도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KEB하나은행이 2015년에 일부 정기예금 금리를 높게 입력했던(자금조달비용 과대 계상) 사실이 뒤늦게 발견돼 시중은행들이 대출자 37만5,000명에게 초과 납입 이자 12억2,000만원을 환급해주는 사고도 있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CD금리의 경우 은행 건전성 규제 강화에 더해 신뢰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미 지표금리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코픽스 집계 오류 문제도 금융감독원이 아닌 감사원이 밝혀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픽스 등 금융지표 산출 업무가 별도 법인으로 이관되면 시중은행들은 해당 법인과 계약을 맺고 별도 금융지표 이용요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보다 앞서 지표 산출 업무를 협회에서 별도 법인으로 옮긴 영국과 홍콩 등도 ‘런던은행 간 금리(LIBOR·리보)’를 사용하는 금융기관들로부터 일종의 라이선스 피(상표권 요금)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코픽스 금리를 무료로 활용하고 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