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머리끈 맨 GM노조...10년전 쌍용차 '데자뷔'

경영부실·먹튀논란 판박이
노사간 유혈충돌 재연 우려

제너럴모터스(GM)가 최악의 경우 한국을 떠나겠다고까지 한 이번 한국GM 사태는 10년 전 쌍용자동차 사태와 판박이다. GM이 한국GM의 추가적인 경영악화를 방치하고 결국 철수를 단행할 경우 대량 해직, 지역 경제 붕괴와 더불어 노사 대충돌까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번 한국GM 사태의 전개 과정은 묘하게도 쌍용차와 닮았다.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는 경영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지난 2000년 11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01년 GM에 매각됐다. 이후 사명을 한국GM으로 바꾸고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하며 재기를 모색했다.

그러나 GM이 세계전략을 재편하면서 한국GM은 사실상 버려졌다. GM이 유럽·인도·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시장에서 줄줄이 철수하고 계열사 오펠 등을 매각하면서 한국GM 수출 물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쌍용차도 1999년 대우그룹의 몰락과 동시에 워크아웃에 들어가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됐다. 결과론이지만 상하이차는 쌍용차가 가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쌍용차가 내수와 수출 시장에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판매 부진에 따라 유동성이 악화되자 상하이차는 2008년 12월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2대 주주였던 산업은행과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내수에서도 한국GM은 공격적인 가격을 설정해 현대·기아차와 경쟁하기는커녕 ‘수익률’ 운운하며 비싼 값에 차를 팔아 마진을 향유하려는 악수를 뒀다.

‘먹튀 논란’이 벌어진 것도 쌍용차 때와 같다. GM은 한국GM에 3조원 넘는 돈을 빌려주면서 5%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했다. 한국GM에 공급하는 부품은 비싸게 주고 한국GM으로부터 받는 반제품(CKD)은 헐값에 가져갔다.

상하이차도 2009년 1월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떠날 채비를 하게 된다. 상하이차는 이미 쌍용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쌍용차 인수 때 투자했던 5,900억원을 날리더라도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가장 큰 비극은 공권력 투입까지 이어진 쌍용차 노조의 옥쇄투쟁이다. 쌍용차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발해 2009년 5~8월 76일간 평택공장 점거농성을 벌였고 결국 조합원 64명이 구속되면서 사태가 끝났다. 한국GM 군산공장 노조의 투쟁 선언으로 흡사한 비극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GM 노조는 오는 22일 대의원회의에 총파업 안건을 상정한다. 만일 GM이 한국 완전 철수를 결정할 경우 노사의 극한대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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