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의 교통예절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횡단보도 정지선을 지키기는커녕 횡단보도 한가운데 차량이 멈춰서는 경우가 많았다. 시민들은 횡단보도를 가로막은 차량을 손가락질하면서도 차로를 가로지르며 무단횡단했다. 이날 10차선 도로인 신논현역 사거리에서는 중형 세단 한 대가 정지해야 하는 ‘노란불’에 오히려 속도를 내다가 사고를 유발했다. 현장에서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하는 박인수(66)씨는 “운전자들이 빨리 가려고 끼어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쓴 입맛을 다셨다. 같은 날 오전 9시, 두 번째로 교통사고가 많은 지역인 영등포 교차로에서도 노랑·빨강 신호등을 무시하고 운전자들이 내달리는 등 사정은 비슷했다. 도로 위의 배려가 실종됐다. 운전자든 보행자든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것이 다반사다. 그 결과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2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정권 교통안전공단 처장(교통사고분석사)은 “교통문제는 ‘사람’ ‘자동차’ ‘도로환경’이라는 세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이 중 자동차와 도로환경은 예산과 시간의 제약이 있지만 인적 요인은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으므로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약속을 지키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강광우·오지현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