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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저지른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자신의 성추행 전력이 처음으로 폭로된 이른바 ‘안마 호출’과 관련해서는 “극단 내의 일부 선배 단원들이 문제 제기를 하고 항의를 해서 제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했는데 번번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단에서 18년 가까이 진행된 관행적이고 관습적인 나쁜 행태라고 생각한다”며 “어떨 때는 이게 나쁜 일인 줄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또 어떨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도 저의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윤택은 또 “피해자들을 일일이 직접 찾아가 사과할 용의가 있다. 가능하면 직접 만나겠다”고도 했다.
이윤택은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앞서 연극배우 A씨는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밀양과 부산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이윤택은 “성관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하지 않았다. 성폭행은 인정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A씨와 나는) 상호 간 믿고 존중하는 관계였다”며 “(성폭행을 둘러싼) 진실 여부는 법적 절차가 진행된다면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다른 어떤 심판을 받더라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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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은 발성 연습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발성 연습을 할 때 불가피하게 가슴이나 배 등 부적절한 신체접촉이 일어날 수 있다”며 “피해 당사자가 성추행이라고 느꼈다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윤택은 자신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저는 더 이상 연극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연극계 은퇴를 시사했다. 앞서 그는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14일에도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통해 “앞으로 예정된 모든 공연 일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윤택은 지난 1986년 부산에서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한 이후 ‘오구’, ‘죽음의 형식’, ‘시민K’ 등 독창적인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며 30년 가까이 ‘연극계 대부’로 군림해 왔다.
이윤택의 성추행 전력을 처음으로 폭로했던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성관계였다고 말하는 그 입에 똥물을 부어주고 싶다”며 “우리는 다음 수순을 밟을 테니 (이윤택씨는) 감옥갈 준비나 하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한편 연극계 안팎에서는 이윤택 외에도 또 다른 거물급 연출자들이 수차례 성추행을 한 전력이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미투’ 운동과 관련한 추가 폭로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