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전미과학진흥협회에서 미국과 일본의 공동 연구진이 인간 줄기세포와 동물의 배아를 결합한 혼합배아를 실험용 쥐에 이식해 질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 이식하는 이종 장기이식이 성공한 적은 있으나 인체 줄기세포를 결합한 혼합배아가 질병 치료에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양과 염소의 배아에 인간 줄기세포를 결합해 3주 동안 배양한 뒤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세포를 만들었다. 이후 췌장세포를 작은 쥐에 주입해 췌장을 만들었고 이를 당뇨병에 걸린 큰 쥐에 다시 이식했다. 이식된 췌장은 별다른 이상 반응 없이 인슐린을 분비했고 큰 쥐의 당뇨병이 치료됐다.
연구를 이끈 나카우치 히로 도쿄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이종 장기이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앞으로 양이나 돼지 같은 더 큰 동물에 장기를 이식한 뒤 궁극적으로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는 도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로 불리는 ‘크리스퍼’가 쓰였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인간의 줄기세포에서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뒤 동물 배아에 삽입해 특정한 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동물 장기이식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면역 거부반응을 줄이는 동시에 통상 9개월 안팎인 장기의 제조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박정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은 “우리나라는 장기이식 대기자가 4만명에 육박하지만 실제 이식수술이 이뤄지는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동물 장기이식 기술이 실용화되면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국내 축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도약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