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드]빈곤퇴치 속도내는 시진핑...샤오캉 실현인가, 소수민족 감시인가

티베트·위그르족 거주지구 등
3,000만명 '탈빈곤 정책' 발표
전인대선 국정 최우선 과제에
탈빈곤정책 포함 공식화 예고
"안보 최일선 지역에 정책 집중
소수민족 유화책 불과"지적도

“어찌하면 넓은 천만 칸 집을 구해 천하 빈궁한 선비들 환한 얼굴 짓게 할 수 있을까(安得廣廈千萬間 大庇天下寒士俱歡顔).”

올해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인용한 중국 시인 두보의 시 ‘모옥위추풍소파가(茅屋爲秋風所破歌)’의 한 구절이다.

황제 같은 절대권력을 손에 쥔 시 주석이 올 들어 중국의 고질병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초 신년사에서 농촌 탈빈곤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데 이어 춘제(중국 설)를 전후해 본격적인 빈농 다독이기에 나선 것이다. 다음달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금융위기 예방, 환경 문제 해결과 함께 탈빈곤 정책을 3대 국정 최우선 과제로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 지도부의 탈빈곤 정책은 중앙정부 정책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변방 소수민족을 회유, 감시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빈곤부양개발영도소조 판공실은 향후 3년간 3,000만명을 빈곤에서 구제하기 위해 티베트·위구르족 거주지 등 중국 최대 빈곤지역인 ‘3구3주’의 빈곤 퇴치에 초점을 둔 탈빈곤3개년정책을 발표했다.


3구는 신장위구르 자치구 남부지역, 시짱 자치구, 칭하이·쓰촨·간쑤·윈난의 티베트족 거주지구이며 3주는 간쑤의 샤저우, 쓰촨의 량산저우, 윈난의 누장저우를 가리킨다. 대부분 중국 서부 변방에 위치한 이들 지역은 기초 인프라와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산업여건도 취약해 빈곤퇴치가 쉽지 않은 곳이다. 중앙정치권 진출은 물론 정책지원에서도 소외된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빈곤이 일상적으로 대물림되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말 현재 3구3주 지역의 빈민은 전국 빈곤인구의 8.2%를 차지하고 빈곤 발생률도 16.7%로 전국 평균의 3.7배에 달했다. 국무원은 이들 지역 중 8만곳과 600개 현의 극빈촌 딱지를 떼어내기 위해 중서부 22개 성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빈곤퇴치 정책에 전념하겠다는 ‘책임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올해 안에 신장 남부 카슈가르, 호탄, 크즐수 키르기스, 아크수 4개 지구에서 총 40만명을 가난에서 구제한다는 세부목표도 세웠다. 예산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 매체들은 지난해 61억위안(약 1조346억원)의 탈빈곤기금 가운데 80%가 4개 지구에 투입될 것으로 관측했다. 또 빈곤촌으로 꼽히는 192개 지역에는 오는 2020년까지 공산당 청년관리들을 파견해 소득향상·취업을 적극 지원하도록 했다.

지난해 공산당 당대회 이후 시진핑 정부의 빈곤퇴치 정책의 발걸음은 부쩍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시 주석은 올해 국가 주력정책 과제로 금융위험 억제, 환경보호와 함께 탈빈곤 정책을 설정했다. 빈곤에 따른 사회 불만 폭증 가능성을 공산당 정권의 최대 위협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할 정도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탈빈곤 정책 코드는 올 춘제 연휴 기간까지 이어져 시 주석은 빈곤 3주 지역 중 한 곳인 쓰촨 량산저우의 소수민족 마을을 춘제 직전 시찰지역으로 선택한 바 있다. 나아가 시 주석은 다음달 5일 개막하는 전인대에 전통적 빈곤지역으로 꼽히는 네이멍구 자치구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해 당대회에서 대표적 빈곤지역인 구이저우성 대표로 참석한 데 이어 올해 전인대에서 네이멍구 자치구 대표를 선택한 것은 탈빈곤 정책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샤오캉(모든 국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실현을 내세운 시 주석의 탈빈곤 작업이 사실상 ‘중국의 화약고’로 불리는 소수민족 거주지에 대한 중앙정부의 감시를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들은 “빈곤퇴치 정책이 집중된 곳은 이슬람 테러세력과 분리독립단체 활동이 활발한 이른바 중국 치안·안보 최일선 지역”이라며 “중국 지도부가 소수민족 유화책의 일환으로 탈빈곤 정책을 이끌고 있다”고 꼬집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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