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자본 시장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기금운용본부장을 새로 선임하기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밝히고 공석이 된 뒤 7개월 만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이사 공개모집을 위한 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고 19일 밝혔다. 2주간 지원서를 접수한다. 국민연금 측은 “지원자는 은행이나 보험사, 집합투자업자 또는 투자일임업자 등 금융기관의 단위 부서장 이상 경력이 있어야 하며 자산관리 또는 투자업무 분야에서 3년 이상 자산운용 경험을 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용본부장 후보군으로는 구재상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대표, 한동주 전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 이동익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민간투자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던 김희석 NH농협생명 부사장은 연임됐고 강신우 한국투자공사(KIC) CIO는 KIC 업무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후보군에서 멀어졌다. 내부에서는 조인식 CIO 직무대리도 후보군 중 한 명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615조원의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해야 하는 본부장은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기금 규모가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와 노르웨이 국부펀드(GPF)에 이어 자산 규모 세계 3위인 만큼 외국에서도 인정하는 큰손이다. 그러나 기금운용본부장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독이 든 성배’ 취급을 받는다. 금융투자 업계는 기금 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권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쥐고 있기 때문에 정치 외풍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 전임자가 사임한 지 7개월이 지나서야 기금운용본부장 절차에 돌입한 배경 역시 ‘물망에 오른 후보들이 꺼려서 그런 것 아니냐’는 추측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차라리 기금운용본부장으로 국내 정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외국인을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편 기금운용본부장은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지원자 중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적임자를 복지부 장관에게 추천하면 복지부 장관이 승인하는 절차를 거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명한다. 새로 선임되는 기금이사는 지난 1999년 기금운용본부가 출범한 후 아홉 번째 본부장이다. 임기는 2년이며 실적 평가에 따라 1년 연임할 수 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