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불러모으는 세계적 하이엔드 주택시장, ‘그들만의 리그’로 인정

- 미국ㆍ홍콩 부촌, ‘3.3㎡당 3~6억원대’ 상상 이상 가격이지만 희소성 높아 거래 이어져
- 우리나라 ‘나인원 한남’ 하이엔드 시장 첫 도전’
- 우리나라도 최고급 주택 공급 늘려 시장 다양성 인정해야

싱가포르 남단에 있는 센토사 섬은 아시아의 ‘비벌리힐스’로 불리는 곳이다. 화려한 호텔과 유니버설스튜디오, 카지노가 있는 관광지이지만 현지에서는 최고급 주택 단지가 모인 부촌으로 손꼽힌다. 싱가포르 정부가 외국인들에게 땅을 살 수 있도록 허락한 사유지인 만큼 아시아의 부자들이 모여 살아 해외자본을 끌어당긴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한정된 토지로 정부가 주택시장을 철저히 통제하는 공공주택과 달리 민간주택시장은 시장 경제에 맡기는 투 트랙 전략으로 각국의 부호를 유인하는 격이다.

싱가포르 센토사 코브와 함께 홍콩의 ‘피크’ 지역도 아시아의 부촌 중의 부촌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11월에는 840억원에 아파트가 팔려 아시아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홍콩 대표 부촌인 피크 지역의 마운트 니컬슨 단지에서 아파트 두 채가 11억6000만 홍콩달러로 거래되었으며 425㎡ 규모의 아파트는 6억홍콩달러(약 840억원), 394㎡짜리는 5억6000만홍콩달러(약 790억원)에 팔렸다. 국내 기준으로 환산하면 3.3㎡당 6억60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홍콩은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중국 본토의 자금이 홍콩에 유입되고 국제금융도시로 명성을 떨치면서 연일 주택가격이 오르고 있다. 특히 부촌인 피크지역은 홍콩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금싸라기 땅으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지역 희소성을 갖춰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미국 역시 고가시장의 주택가격은 상상 그 이상이다. 뉴욕에서는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와 허드슨강 주변에 들어선 주상복합타운, 고급주택이 전 세계 부자들이 관심을 갖는 부촌이다. 좁은 면적의 초고층 빌딩들이 자리잡은 이 곳에는 미국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싼 지역이다. 센트럴파크 동쪽이 어퍼이스트사이드, 서쪽을 어퍼웨스트사이드, 남쪽을 미드타운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으로 준공을 완료하거나 건설 중인 초고층 주거용 빌딩이 생겨나 억만장자 거리(billionaire's row)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이 중 세계 최고가 주택으로 꼽히는 원 57(One 57) 미드타운 초호화 럭셔리 주거단지 붐을 몰고 온 대표적인 럭셔리 콘도미니엄 빌딩이다. 아파트, 호텔, 오피스의 복합건물로 최고 높이는 306m로 층수는 75층으로 펜트하우스 2세대까지 95가구가 주거용이다. 센트럴파크, 이스트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 곳이 화제를 끈 이유는 가격이다. 듀플렉스 펜트하우스가 2015년 1천억원이 넘는(1억50만달러) 가격으로 판매되어 이목을 끌었던 적이 있다. 이후 주변에서 고층 건물들이 분양에 들어가면서 한화로 1천억원 정도의 펜트하우스는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다. 입주민들에게 최고급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고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동선구조와 입주자만을 위한 입구, 다양한 문화.예술.레저시설을 갖고 있다.

2019년 준공을 앞 두고 건축중인 ‘센트럴 파크 타워’는 세계 최고층 아파트로 등극할 예정이다. 아파트는 118개의 럭셔리 하우스로 구성됐고, 절반 가량 선분양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부동산정보지인 더 리얼 딜(The real deal)에 따르면 센트럴 파크 타워의 분양가는 가장 비싼 콘도의 가격이 9500만 달러이다.

미국 부동산중개회사 네스트시커스의 곽용석 한국지사장은 "맨해튼의 럭셔리 아파트 평당가 3~4억원 수준은 이제 일반적인 시세로 형성된 느낌”이라며 “맨해튼 핵심지역에는 건물이 들어설 만한 땅이 매물로 나오지 않고 기존 건물들이 100년이 넘은 것이 수두룩하지만 여전히 대기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하이엔드 주택시장’이라 불리는 초고가 시장은 ‘그들만의 리그’로 인정 받고 성장하는데 반해 국내 초고가 주택시장은 전진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한정된 공급으로 전체 주택시장 규모 대비 아주 미미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시장은 형성 초기 단계다. 우리나라에서 옛 외인 아파트 부지에 짓는 ‘나인원한남’이 제도권에서 나온 고급 주택시장으로는 유일한 상품이다. 이 단지는 한채의 가격이 40억을 넘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 하이엔드 시장은 단독주택이나 고급빌라형태나 초고층 주상복합이 일반적인 형태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획일화된 규제가 자유로운 공급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현행 주택법상 단독주택 30채, 공동주택 30가구 이상의 주택은 건축허가 외에 주택법에 따른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주택건설 기준'과 '주택공급 절차'를 준수하도록 되어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제약을 받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분양가 통제는 뛰어난 입지에 최고급 자재와 마감재 사용을 기본으로 하는 최고급 주택을 짓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불어 최고급 주택의 공급 활성화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시장 가격 안정화에도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수요가 분명한 최고급 주택 시장에 대한 공급이 늘어나면 현재 ‘강남권’으로 한정된 고급주택시장에 대한 쏠림 현상이 분산되고, 결국 강남권 주택 가격이 안정되고 일반 주택의 동반 상승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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