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 얼굴을 가진 새의 형상은 동아시아를 넘어 동서양에 두루 존재했다. 고립된 섬나라도 바다 건너 국가들과 교역하는데 한반도의 문화가 어찌 ‘나 홀로’이기만 했겠나. 문화는 교류로 더 풍성해진다. 다만 송승환 총감독이 평화롭게 즐기는 모습에 착안했다는 덕흥리고분의 무덤 주인을 두고 고구려사람인지, 중국인이면서 고구려 땅 일부를 지배한 망명객인지에 대한 학설은 갈린다. 개막식에 등장한 인면조의 생김새가 다분히 왜색풍이라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고구려식 인면조의 두상은 수호랑만큼이나 몸통에 비해 큼직한 데 반해 올림픽 개막식의 인면조는 머리가 유난히 작았다.
개막식의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 별자리지도 ‘천상열차분야지도’도 그렇다. 국보 제228호로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유물은 돌에 새긴 천문도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것이다. 자랑거리다. 1만원권 지폐 뒷면에 등장하는 혼천의의 배경 그림이기도 하다. 탄생 배경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 지도사(地圖史)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제리 브로턴도 저서 ‘욕망하는 지도(알에이치코리아 펴냄)’에 조선 태조 이성계가 새 왕조의 탄생에 하늘의 뜻과 우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지도와 천문도를 제작하게 했다는 점을 적었을 정도로 익히 알려진 얘기다. 그럼에도 이 천문도는 중국 것을 표본으로 삼았되 고구려 초기 우리 땅에서 본 시점으로 다시 제작됐기에 가치 있다. 게다가 개막식에서 보여준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대한민국의 정보기술(IT)을 자랑하기에 손색없었다.
올림픽은 우리 민족의 축제를 넘은 전 인류의 축제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야”라고 외치기 전에 우리 것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알게 된 것을 박제된 채로 둘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즐겨 만끽할 때 비로소 우리 것이 된다. 그것이 우리 문화가 되는 과정이다. 더불어 발전하는 그 문화는 지금도 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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