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국을 ‘굳건한 동맹국(a strong ally)’이라고 천명해왔지만 국익 앞에서는 예외인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미 동맹을 가리켜 ‘이른바 동맹(so-called ally)’이라고 표현했다. 그저 동맹으로 불리는 관계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서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동맹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통상 마찰의 불씨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문제로 옮겨붙을 가능성이다. 한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미국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통상 마찰에 따른 앙금이 더해지면 양국 간 안보 이슈는 어떤 형태로든 타격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 들어 남북 대화 움직임을 둘러싸고 불거진 한미 간의 미묘한 갈등이 통상 분야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익 챙기기 본색을 드러낸 미국의 압박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더욱 걱정이다.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재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청구서를 내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4월 나올 환율보고서는 미국의 히든카드다. 우리나라를 2015년 ‘교역촉진법’상의 심층 분석 대상국(환율조작국 의미)으로 지정할 여지가 많다. 통상과 안보를 연계할 맞춤형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청와대는 통상과 안보는 별개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미국이 철강 문제를 곧 안보 문제라고 표현하지만 미국의 입장이 어떠하든 두 개에 따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안보와 통상을 각각 다른 궤도로 갖고 가겠다는 청와대의 투 트랙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남북 관계를 두고는 아무 말도 안 하면서 성동격서 격으로 통상 분야를 건드린 것을 주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한미 동맹 관계에 게임에서 이기겠다는 자세로 접근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런 생각으로 굳건한 동맹국이라고 말했던 우리에게 통상과 안보를 묶어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동맹 관계니 어떻게든 잘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한미 동맹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트럼프식 미치광이 전술에 맞설 현실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