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 위해 신규 간호사만 찾는 병원…'태움' 주요 원인"

목포대·서울대·을지대 간호학과 교수팀 연구결과
"병원 70% 5년새 신규 간호사 32% 늘었지만 전체인원은 현상유지"

병원 내 가혹 행위를 견디지 못해 투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간호사의 유족과 남자친구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최근 논란이 된 간호사 ‘태움 문화’가 전체적인 간호인력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병원들의 저비용 간호사 관리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병원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경력직 간호사가 떠난 자리를 신규 간호사로 채울 뿐 전체 숫자는 늘리지 않으려는 게 태움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유선주(목포대학교 간호학과 교수)·김진현(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김윤미(을지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연구팀은 전국 1,042개 병원의 2010년과 2015년 간호인력을 비교한 결과, 새롭게 면허를 취득한 간호사 수의 변화는 병원 내 간호인력 증가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는 2009년 1만1,709명에서 2014년 1만5,411명으로 32% 증가했으나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간호인력 수준이 개선된 의료기관의 비율은 19.1%(199개)에 불과했다. 간호사 공급 증가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 병원의 70.1%(730개)는 인력 수준이 변화하지 않았고, 10.3%(113개)는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간호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늘어나도 실제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 숫자는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김 교수는 “수많은 간호사를 배출하는데도 불구하고 병원이 전체 간호인력 총 숫자는 늘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싼값에 간호인력을 부리기 위해 신규 간호사만 채용하고 떠나는 경력자는 방치하는 게 아닌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력 간호사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처우를 개선해줘야 하는데, 병원들이 이러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신규 면허 취득자로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력자가 부족하다 보니 병원은 준비되지 않은 신규 간호사를 중환자실에 투입하는데, 이 상황 자체가 태움을 근절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중환자실 업무는 숙련된 간호사가 맡고 신규 간호사는 일반 병동 등에서 충분히 분위기를 익힌 후에 투입돼야 한다”면서 “경력 간호사가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적정한 수준의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인력 수를 증원해야만 태움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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