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현 SK(주) 사장이 지난해 3월 열린 신입사원 교육 수료식에서 신입사원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제공=SK(주) C&C
개발자 일색 조직이었던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하며 ‘ABC(AI·Big Data·Cloud) 인재’ 찾기에 나섰다. SI는 4차 산업혁명 바람으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맞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그룹 계열사 물량에 의존하던 시절은 과거가 됐고 이제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솔루션을 신사업 영역으로 삼아 빠르게 변신 중이다. 삼성SDS는 지난달 임직원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AI와 클라우드 분야를 선도하는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고, SK㈜ C&C는 새해 벽두부터 AI와 클라우드 등 디지털 사업 중심의 미래지향적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조직개편에 나섰다. LG CNS와 한화 S&C 역시 AI와 클라우드, 빅데이터·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4차 산업혁명의 리더로 발돋움하겠다는 각오다.
이에 따라 이들 SI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과 채용과정도 바뀌었다. 공학을 전공한 개발자 중심의 조직이었던 이들 기업은 최근에는 소프트웨어(SW)와 신기술에 관심과 재능을 가진 인재라면 전공을 불문하고 적극적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SK㈜ C&C다. SK㈜ C&C는 그룹 차원의 채용 프로그램 ‘SK 바이킹 챌린지’를 통해 ‘ABC 인재’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3년 시작된 SK 바이킹 챌린지는 학력과 학점, 어학점수 등 개인정보를 기재한 서류를 통해 이뤄지는 기존 서류 전형과는 달리 정해진 형식이 없는 자기소개서로 서류 전형이 진행된다. 서류 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면접 역시 ‘압박면접’으로 대표되는 이전까지의 딱딱한 면접 방식에서 벗어나 참가자들이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프레젠테이션(PT)을 하거나 장기자랑을 하는 등 오디션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각자 원하는 방법으로 취업을 원하는 분야에 대한 자신의 끼와 열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SK 바이킹 챌린지에서 선발된 인턴은 2개월간 인턴 기간을 거친 후 역량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이 결정된다. SK㈜ C&C는 또 프로그래밍 대회인 ‘코드 지니어스’도 인재 발굴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이 대회의 상위권 수상자에게는 여름 인턴십 참여 기회가 제공된다.
한화 S&C도 최근 채용 기준을 전문역량 중심으로 전환했다. 서류심사에서는 학력이나 어학 점수 등을 가리고 지원 직무와 IT 업종에 대한 이해도를 묻는 자기소개서 답변내용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는 서류 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코드파이(CodePie)’라는 자체 기술역량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각자 편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선택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IT 인프라 구축·운영 직무를 대상으로 인프라 운영에 대한 기초지식을 묻는 객관식 전형도 추가했다.
채용 방식의 변화는 회사는 물론 합격자의 만족도도 높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 코드 지니어스를 통해 지난 1월 입사에 성공한 신승관(25) SK C&C 디지털 서비스 개발 1팀 선임은 “SW 역량만으로 인턴십 기회를 주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다”며 “디지털 자산을 기반으로 기술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의 최일선에서 일해보고 싶어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채용 과정은 나 자신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했다”며 “고민 끝에 개발자의 길을 택하고 코딩 실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해 입사한 만큼 빨리 실력을 쌓아 회사 내에서 후배를 끌어주고 선배를 받쳐주며 한 사람 몫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SI 업계 인사담당자들은 채용 과정에서 실무 능력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실무 역량을 쌓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LG CNS 인사팀 관계자는 “전공 제한이 없어진 만큼 꼭 SW 관련 전공이 아니더라도 복수전공·부전공 등의 방법으로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SW 경진대회와 공모전, 인턴십 프로그램 등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실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