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나 자기토바(왼쪽)와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가 22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김연아가 비워놓은 ‘피겨퀸’의 자리는 하나뿐. 러시아의 두 ‘피겨요정’이 새 여왕에 오르기 위한 운명의 연기 대결에 나선다.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 출전한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와 알리나 자기토바(16)가 23일 오전10시부터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무대에 오른다.
지난 21일 펼쳐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신성’ 자기토바가 먼저 웃었다. 자기토바는 82.92점으로 30명의 선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세계랭킹 1위 메드베데바는 81.61점으로 근소한 차 2위에 자리했다.
두 선수는 우열을 가늠하기 힘든 정상급 선수들이다. 이번 쇼트프로그램에서도 둘 다 실수 없는 클린 연기를 펼쳤고 자기토바가 기술 점수에서 약간 높았을 뿐이다. 메드베데바는 세계주니어선수권(2014-2015시즌)과 세계선수권대회(2015-2016시즌)를 잇달아 제패한 역사상 첫 선수이고 쇼트와 프리 합계 점수 세계기록(241.31점)을 보유하고 있다. 떠오르는 별 자기토바는 주니어 시절 최초로 총점 200점을 넘겼고 지난달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총점 238.24점을 받아 메드베데바(232.86점)를 따돌리고 우승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진검 승부가 될 23일 프리스케이팅에서 자기토바는 기세를 이어간다는 계산이다. 쇼트에서 ‘블랙스완’ 연기로 메드베데바의 세계기록을 경신한 자기토바는 프리에서는 ‘돈키호테’ 곡에 맞춰 연기한다. 지난 12일 평창올림픽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프리에서 이미 같은 연기를 선보였으며 158.08점으로 지난달 유럽선수권에서 세운 자신의 종전 최고점수(157.97점)를 넘어섰다.
역전을 노리는 메드베데바는 쇼트 ‘녹턴’에 이어 프리에서는 ‘안나 카레니나’로 변신한다. 자기토바가 후반부에 점프를 몰아넣어 점수를 올리는 게 특징이라면 메드베데바는 점프를 분산해 배치하면서 표현력을 극대화한다. 기술점수에서는 자기토바에 다소 못 미치지만 예술점수에 강점이 있다. 안정된 3회전 점프로도 유명하다. 다만 두 선수 중 누가 우승하더라도 도핑 징계 때문에 러시아 국기가 게양되거나 러시아 국가가 연주되는 일은 없다.
한국 피겨 간판 최다빈(18)은 총점 순위 톱10 입상에 도전한다. 최다빈은 쇼트에서 아름답고 우아하게 클린 연기를 펼쳐 67.77점으로 자신의 최고점을 경신하며 8위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곧바로 세계선수권에 나가 10위를 차지했다. 최다빈은 프리에서 24명 중 17째로 출전한다. 자기토바는 22번째, 메드베데바는 마지막에 나선다. 김하늘은 4번째로 연기를 펼친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