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0.06%(90센트) 상승한 1,332.1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 가격은 지난해 9월8일 온스당 1,359.10달러를 기록하면서 연중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등 상승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며 12월12일 1,246.10달러까지 하락하며 바닥을 다졌다. 금 가격의 반전은 아이러니하게도 금리 상승으로 시작됐다. 금리 상승세에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며 1,300달러를 넘어선 금값은 지난달 말에는 1,368달러로 지난해의 최고가를 가뿐하게 넘어섰다.
금리 인상에도 금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대개 기준금리 인상은 금과 같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귀금속 시장에는 악재로 꼽힌다. 금은 보유해도 이자가 없는 자산인 만큼 금리가 인상될 경우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초 금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할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어 저점 매수를 할 정도의 투자 매력도가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는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99.02%를 넘어서는 가운데도 금 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은 뭘까. 금값의 또 다른 변수인 달러 약세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1년 동안 시장 금리와 금 가격은 거의 정확한 상하 대칭 관계를 형성해온 만큼 일반적 상황이라면 금리 급상승이 시작된 12월 이후 금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해야 했지만 오히려 금리와 동반 상승했다”며 “금 가격 상승을 이끈 직접적 변수는 달러가치 하락으로 달러인덱스는 1개월 동안 5%가량 하락하며 금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12일 94.08에 마감한 달러인덱스는 지난 1일 88.50까지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골디락스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골디락스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 없이 경제 성장이 지속하는 상황을 말한다. 김 연구원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은 증시가 상승하거나 채권가치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흔하지만 예외적으로 증시와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있는데 2005년·2006년의 골디락스 장세가 이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여건에서는 주식·원자재·부동산을 망라한 대부분 자산시장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했으며 지금도 유사한 상황이 진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 가격은 최근 두어 달 상승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 펀드의 평균 1년 수익률은 11.01%에 달했으나 21일 기준으로 -3.15%로 급락한 상태다. 대표적으로 ‘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합성 H) 상장지수펀드’와 ‘이스트스프링골드리치’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8.18%와 3.03%이지만 1년 수익률은 10.88%, 4.64%에 불과하다. 최근 두 달간의 수익률이 1년 수익률과 비등한 셈이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저점 대비 금 가격은 10% 이상 상승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9년을 비교해보면 여전히 저점 인근에 있다”며 “앞으로 금리는 계속 상승하겠지만 경기 국면은 확장되고 달러는 단기간에 강세로 전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위험자산·안전자산 구분 없이 왕성하게 매수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