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학 거목’ 곽윤직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우리나라 민법학의 거목인 곽윤직(사진) 서울대 법과대학 명예교수가 22일 오전1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평생을 강의와 연구에만 전념한 고인은 ‘민법총칙’과 ‘물권법’ ‘채권총론’ 등 국내 민법학의 근간이 된 다양한 민법 교과서를 편찬해 국내 민법학의 초석을 놓았다. 그의 저서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은 물론 법조 실무 종사자들에게도 이른바 ‘바이블’로 통한다. 이 서적들은 다양한 법리 소개와 함께 일본 판결이 아닌 국내 판결을 최초로 인용해 우리 사정에 맞게 발간돼 첫 민법 교과서들로 불린다. 민법총칙의 경우 1963년 초판이 발행돼 40만부 이상 판매됐다.


충남 연기 태생인 고인은 한국전쟁 기간인 1951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1953년부터 모교에서 강사생활을 시작했다. 경성제대가 아닌 서울대를 졸업한 첫 서울대 법대 교수였다. 서울대에서는 당초 대륙법을 강의하다가 1961년 ‘민법 上’과 ‘민법 中’을 저술하면서 민법교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63~1971년까지 사인과 법인의 다양한 계약관계를 다룬 ‘채권총론’과 ‘채권각론’을 발간하면서 민법 전 분야를 총망라한 교과서를 저술한 첫 법학자로 기록됐다.

1977년에는 민법학 연구에 뛰어난 실력을 보인 제자들을 모아 ‘민사판례연구회’를 창립해 민법학 발전에 기여했다. 민사판례연구회는 매월 2~3건의 논문을 발표하고 이를 모아 ‘민사판례연구’라는 제목의 책을 매년 1권씩 발간하고 있다. 회원 수는 2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이용훈·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연구회 출신이다. 1987년 한국법률문화상과 1995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박동옥씨와 기영·정혜·경혜·소영씨 등 1남3녀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5일. (02)2072-2091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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