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보기술(IT) 분야 리크루팅 업체인 워크포트는 지난 2016년 7월 서울에서 ‘한국 IT인재 공동채용 면접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넥슨재팬·라쿠텐커뮤니케이션즈를 비롯한 일본 IT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경력직원들을 한국에서 채용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행사의 성공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면접장에는 40명 이상의 지원자들이 몰렸고 기술력과 어학 실력 등을 바탕으로 3명의 우수한 직원들을 뽑을 수 있었다. 해당 직원들을 배정받은 기업들도 만족스러웠는지 그 이후에도 채용 의뢰가 계속 들어왔다. 지난해 5월부터는 그동안 2~3개월에 한 번씩 해오던 채용 행사를 매달 실시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를 통해 워크포트는 1년7개월 동안 15차례의 행사에서 45명을 뽑아 일본으로 보냈다. 사업이 성공궤도에 올라서면서 워크포트는 앞으로 채용 업종을 서비스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리크루팅 업체는 워크포트뿐만이 아니다. 규모가 큰 업체만 5~6곳에 달하고 작은 회사까지 합치면 10곳 이상인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왜 한국에서 리크루팅에 힘을 쏟는 것일까. 일본에서는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일본의 실업률은 2.8%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을 뜻하는 유효구인배율은 1.59로 4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직자에 비해 일자리가 훨씬 많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는 임금을 올려줘도 직원들을 구하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고용시장의 호조는 2012년 말 들어선 아베 신조 내각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 영향이 크다. 일본 정부는 법인세 인하와 규제 개혁, 엔저 유도 등 산업계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투자 걸림돌을 없애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첨단 산업에 대해서는 각종 규제를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도 도입했다. 이런 정책들이 맞물리면서 세제·규제 개혁→투자 회복→고용 확대→소비 증가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사정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 만들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법인세 인하와 규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 결과 트럼프 취임 1년 만에 미국의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은 일손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에 가서 인력을 스카우트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재소자까지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떤가. 일자리 만들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은 일본이나 미국과 다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어두고 이를 직접 챙길 정도로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제는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에 있다. 우리 정부는 시장에 맡기는 대신 근로자들의 소득 확대에서 일자리 창출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정책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정규직 전환이다. 정부는 근로자들의 소득을 높여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16.4%나 인상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정규직화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 그런데 고용 사정은 정부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9.9%로 1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체감실업률은 무려 22.7%에 이른다. 청년 5명 가운데 1명꼴로 실업자 상태이니 ‘U(Unemployment·실업)의 공포’라고 할 만하다.
정부가 해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는데도 청년 일자리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이제 그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러잖아도 우리나라는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제대로 된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도 늦어 신산업에서의 고용 창출도 더디다. 이런 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기업에 압박만 가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기는커녕 되레 줄어들 뿐이다. 결국 해법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데서 찾아야 한다. 정부는 우리의 경쟁국들이 왜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로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cso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