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보 등록 코앞인데 선거구 획정도 못한 국회

다음달 2일 광역·기초의회 예비후보들의 등록이 시작된다. 그런데 일주일 남은 등록을 앞두고 예비후보들은 뛰어야 할 운동장도 모른 채 신발 끈을 고쳐매야 할 처지다. 국회가 광역의원의 선거구와 정수, 기초의회 정수를 진작에 결정해야 하는데도 관련 선거법 개정이 마냥 미뤄지고 있어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광역의원 선거구와 지방의원 정수는 중앙선거관리위의 초안을 토대로 선거일 6개월 전까지 확정해야 한다. 국회가 이미 법정시한(지난해 12월13일)을 두 달이나 넘기며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여야 샅바 싸움에 20일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예비후보 등록에 차질이 없도록 28일 본회의에서는 선거법이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설령 28일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가결된다 해도 시도의회의 조례 개정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후보 예비등록 이전에 뛸 운동장이 확정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선거구 조정이 이뤄지는 일부 지역의 혼란과 파행이 불가피해진다는 얘기다. 종전대로 등록한 예비후보 가운데 일부는 새로 결정된 선거구에 따라 등록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엉뚱한 곳에서 헛심을 쏟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기존 의원들은 그나마 낫지만 예비등록 없이는 선거운동을 일절 못하는 정치신인은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한다.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지연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4년 지방선거 때도 그랬다. 선거구 획정과 선거구별 정수 조정이 국회의원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다 보니 기를 쓰고 옥신각신한 결과다. 밥값도 못하면서 밥그릇만 챙기는 꼴이 아닐 수 없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지 못하는 데는 어떤 변명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법정시한조차 지키지 못하는 국회에 지금처럼 선거구 획정을 더 이상 맡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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