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이 혼돈에 빠졌다. 협상창구는 뒤섞이고 정치권이 끼어들면서 구조조정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당장 부처 간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주무부처를 산업부에서 금융위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조차 이날 “관계부처·기관 간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국회에 출석한 고형권 차관은 “(GM이) 다른 부처를 만나서는 다른 얘기를 한 것으로 드러나 여러 곳의 얘기를 취합해 추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개입도 도를 넘었다. 여당 소속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21일 “대략 추산해봐도 (한국GM에) 2조~3조원이 들어가지 않겠나”라며 “산업은행이 지분만큼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가 과제”라고 밝혔다. 정치권이 정부의 협상 내용과 방식까지 제시한 셈이다.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감안한다는 ‘신(新)구조조정 방안’도 일을 더 꼬이게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성동조선과 STX조선해양은 문재인 정부 들어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 더블스타에 인수 후 3년간 고용보장 조건으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채권단이 책임회피를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방산업무를 하고 있는데다 중국에 기업을 매각하는 데 대한 국민여론이 좋지 않다. 정부 내에서도 “산은을 포함한 국책은행이 책임감을 갖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에서는 2조9,000억원의 혈세가 들어간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때보다 지금이 더 혼란스럽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우조선 때는 금융위가 총대를 메고 이해관계자와 여론을 설득해 일을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