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고발로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고은 시인이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국작가회의는 22일 고은 재단 관계자의 말을 빌어 고은 시인이 한국작가회의의 상임고문을 비롯한 모든 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작가회의가 앞서 “3월 10일 이사회를 소집해 ‘미투’ 운동 속에서 실명 거론된 고은, 이윤택 회원의 징계안을 상정 및 처리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고은 시인은 이런 소식을 접하고 자발적으로 현재 맡고 있는 작가회의 상임고문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탈퇴 여부에 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작가회의는 전했다. 또 문제가 된 성추행 의혹에 관해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은 시인은 1974년 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설립할 당시부터 핵심 역할을 했으며, 최근까지 상임고문직을 맡아 작가회의 활동에 여러 가지 조언을 해왔다.
이윤택은 연극 연출과 극작을 함께 해왔기에 작가회의에 희곡 작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으나, 실제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작가회의 측은 전했다.
작가회의 정관에 따르면 ‘품위를 현저하게 손상시킨 회원은 소명절차를 거쳐 이사회 결의로 회원 자격을 정지할 수 있고, 자격정지된 회원이 3개월 이내에 자격을 회복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을 때는 이사회 결의로 제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작가회의는 2016년 하반기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이 처음 일었을 때에도 징계위원회를 구성했을 뿐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게 실제 징계 조치는 하지 않은 사실이 최근 확인돼 비판받았다.
2016년 12월 징계위 회의에서 징계 여부와 수위가 결정됐지만, 징계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6명이 탈퇴서를 냈고, 2명은 아직 법적 판단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징계가 보류됐다.
최근 여성인 이경자 작가를 새 이사장으로 선출하는 등 임원진과 집행부를 새롭게 꾸린 작가회의는 앞으로 기존의 관행을 탈피해 성폭력 문제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작가회의는 후속 조치로 다음달 10일 이사회에서 ‘윤리위원회’를 별도로 두는 것을 제안하고, 성폭력을 비롯한 반사회적 일탈행위를 한 회원에 대해 신속한 징계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기존의 ‘평화인권위원회’에 ‘성폭력피해자보호대책팀’(가칭)을 상설 기구로 둬 피해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미투 운동을 계기로 남성문화권력에 대한 준엄한 자기비판과 냉엄한 비판적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건강한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