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의 금리 동향과 관련해 경계를 풀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이 경기 확장에 대한 자신감, 점진적인 금리 인상 등을 시사했지만 불안감이 남아 증시의 발목을 붙잡는 형국이다.
22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0.63% 떨어진 2,414.28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0.61% 하락해 870.22를 기록했다. 외국인투자가·기관투자가가 유가증권시장에서 979억원·1,072억원씩, 코스닥에서 936억원·44억원씩 순매도하며 시장의 하락세를 부추겼다. 이 때문에 이날 증시는 거의 모든 업종이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에서는 그나마 금리 상승의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금융을 제외하면 마이너스였다. 은행(1.32%), 보험(0.38%) 업종은 올랐지만 유통업(-0.61%), 제조업(-0.67%), 화학(-0.73%), 철강·금속(-0.98%), 전기·전자(-1.07%), 통신(-1.5%) 등은 모두 떨어졌다. 은행·보험은 최근 10거래일 동안 코스피지수보다 더 빠르게 반등하며 활기를 보이는 모습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일부 정보기술(IT) 업종만 상승세를 보였을 뿐 대부분 맥을 못 췄다. 코스닥에서 가장 업종 비중이 높은 제약업종지수도 전일보다 1.46% 떨어졌다.
이는 21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의 의사록을 공개한 영향이다. 의사록에 따르면 일각에서 우려한 것처럼 올해 4차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Fed는 올해 자국의 경제 성장과 물가상승률 목표치 도달에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고 이는 미국 국채금리(10년물 기준)를 2013년 이후 최고치인 2.94%까지 끌어올렸다. 다우지수가 전일 대비 0.6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0.55%, 나스닥지수가 0.22% 각각 하락하는 등 일제히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경계 태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다음달 8일 발표될 미국의 2월 고용지표에 대한 경계심, 3월 FOMC 회의 내용 등이 아직 불명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전 세계 금융시장은 계속해서 연준의 통화 긴축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지를 확인하려 들 것”이라며 “이달 말 제롬 파월 Fed 신임 의장의 의회 청문회, 고용지표와 FOMC 회의 등 예정된 일정이 지나면서 금융시장도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