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인간을 말하다’는 당 태종의 사례처럼 절대 권력의 자리에 올랐지만 ‘권력’의 속성이 품은 유혹의 함정에 빠져 몰락한 왕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을 쓴 리정(李拯)은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이후 출생세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로 현재 ‘인민일보’의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비천한 출신을 극복하고 대성한 인물부터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식까지 재물로 바치는 냉혈한, 타고난 총명함으로 권력을 틀어쥔 희대의 천재 등 당나라 시대를 풍미한 여러 권력자들의 안타까운 말로를 조명한다.
강력한 경쟁자들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권력을 잡은 당 현종 이융기는 부하 관리에 실패해 스스로 권위를 상실한 황제다. 이융기가 황위에 올랐을 당시 이임보는 일개 관리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임보는 보잘 것 없는 신분에 실망하는 대신 황제를 바로 곁에서 모시는 환관·궁녀·후궁들에게 주기적으로 뇌물을 갖다 바치며 이들을 자신의 ‘비공식 정보 네트워크’로 삼았다. 황제가 술과 여자에 취해 희희낙락하는 사이 이임보는 황제의 내밀한 사생활이 담긴 궁중 정보들을 차곡차곡 쌓으면서 종국에는 황제마저 통제하는 당대 최고의 실세로 부상했다.
이처럼 저자는 핏줄, 관료집단의 관리 외에도 당나라 권력자들의 몰락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여론·무질서·타락·파벌 등 권력에 숨겨진 11가지 함정을 드러낸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권력을 손에 넣고도 냉철하지 못한 어리석음으로 힘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던 황제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유발 하라리(‘사피엔스’·‘호모 데우스’의 저자)의 통찰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만6,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