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2년…디젤차, 부활 시동 거나

현대차 G80 디젤모델 이달에만 2,700대 넘게 팔려
SUV 시장 커지며 힘좋은 디젤 엔진 차량 다시 선호
"소음 잡았다" BMW 520d·벤츠 S350d 등 세단도 인기



‘44.7대 44.5.’

지난 2015년 우리나라의 디젤 승용차 등록 대수는 68만4,383대로 68만1,462대를 기록했던 가솔린 차량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디젤 차량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던 비중은 20%가 채 안됐었던 것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디젤 전성시대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거기까지였다.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의 여파로 디젤 엔진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이 냉랭해졌다. 지난해 디젤 승용차의 등록 대수는 54만2,425대로 비중은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면받던 디젤 엔진이 최근 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디젤 엔진을 얹은 신형 세단들도 속속 등장하면서 디젤의 인기가 재차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디젤 신차, 반응 좋네=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 말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대형 세단 G80의 디젤 모델을 출시했다. 현대차그룹의 대형 세단 중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도전이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2월 들어 계약 건수를 기준으로 22일까지 G80은 총 2,762대가 판매됐다. 이 중 G80 2.2D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이달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계약 후 출고까지는 약 4주가 걸렸지만 최근에는 계약 물량이 몰리면서 7주는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는 2월 한 달간 G80의 판매대수가 3,500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3,300대)보다 7%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설 연휴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3월 판매대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제네시스 G80 디젤.
폭스바겐이 디젤 게이트의 아픔을 극복하고 판매재개에 돌입하며 내 놓은 첫 차인 파사트GT 역시 디젤 모델이다. 파사트 GT는 지난 15일 사전계약에 돌입한 지 열흘이 채 안됐지만 300~400대 가량이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상반기 중으로 중형세단 아테온과 중형 SUV 티구안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아테온과 티구안 역시 디젤 모델이 주력이다.

◇SUV 대세에 탄력받는 디젤 부활= 디젤 차량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SUV 시장이 커지면서 함께 커지고 있다. 공차중량이 2,000kg에 육박하는 SUV을 끌고 가려면 상대적으로 힘이 좋은 디젤 엔진이 유리하다.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신형 싼타페만 놓고 보더라도 디젤 엔진의 선호도가 뚜렷하다. 누적 계약 대수 1만4,000대 중 2.0D가 66%, 2.2D가 28%를 기록하고 있다. 2.0D 모델의 토크는 41.0㎏·m, 2.2D는 45.0㎏·m으로 2.0 가솔린 모델(36.0)보다 힘이 월등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생산 대수 기준으로 SUV가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1%에서 지난해 51%로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GT.
◇“소음 잡았다” 중형 세단도 디젤 인기 꾸준= 현대차가 제네시스 G80 디젤 모델을 출시한 것은 수입 대형 세단 시장에서의 디젤 수요가 꾸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디젤 세단의 대표 주자는 단연 BMW 520d다. 지난해 BMW 5시리즈의 전체 판매량 2만4,095대 중 절반이 넘는 1만5,407대가 디젤 모델이었다. 520d 단일 모델만 9,688대가 팔려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인기 많은 모델로 선정됐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E클래스 중 디젤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한다. 모델별로는 전체 14개의 E클래스 라인업 중 E220d가 지난해 6,232대가 판매되며 E300 4매틱(7,213대) 다음으로 인기가 높았다.

BMW 520d
한 체급 더 높여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중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S350d 4매틱(2,677대)였다. BMW의 7시리즈 중 디젤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도 60%에 육박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우디가 본격적인 판매 재개에 돌입하면 수입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디젤의 인기도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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