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플로리다주 교사들은 최근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폴로리다 퇴직연금(Florida Retirement System·FRS) 측에 총기 회사인 ‘어메리칸아웃도어브랜즈’(American Outdoor Brands Corporation·AOBC, 옛 스미스앤웨슨) 즉시 매도하라고 요구했다.
1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총기 사용 금지를 주장하며 포옹하고 있다. /파크랜드=AFP연합뉴스
앞서 지난 14일 플로리다 마이애미 파크랜드에 위치한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교에서 퇴학생이 ‘AR-15’ 소총을 난사해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FRS가 이 소총을 만든 AOBC에 투자해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플로리다 교직 사회가 집단 반발했다. 플로리다 교육협회의 조안 맥콜 회장은 “플로리다가 우리 연금을 AR-15 제조사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플로리다 공립 학교 직원 대부분이 역겨워할 것이 분명하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더 나은 투자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FRS 측은 “당장 AOBC 지분을 정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FRS는 주(州)·지방정부·학교·특별구역·대학교 구성원들의 연금을 관리한다. 총 납부자는 31만3,000명이며 교직원의 49%가 가입해있다. 지난해말 기준 AOBC 지분 4만1,129주를 보유했다. FRS가 밝힌 최근 연금 자산은 1,631억달러(176조1,480억원), AOBC 지분가치는 52만8,000달러다. FRS는 이밖에도 스텀루거·비스타아웃도어스·올린 등 여러 총기 및 탄약 제조사에 투자하고 있다.
어메리칸아웃도어브랜즈 로고 /홈페이지 캡처
총기회사에 투자하는 연기금이 FRS 외에 10여곳이 더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뉴욕·캘리포니아 등 최소 12개 주에서 AOBC 등 총기제조사 주식을 보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플로리다 교직사회가 당장 총기 관련 주식을 매도하라며 FRS를 압박하는 가운데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문제 주식을 정리해도 큰 영향이 없다며 교직원들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운용자금 중 총기회사 투자 비중이 매우 작아 투자를 중단해도 수익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총기 제조사들의 실적이 하락하면서 이들 기업이 오히려 기금 수익을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투자분석회사인 모닝스타의 존 해일 이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6월 13일부터 이달 21일까지 AOBC와 비스타아웃도어스가 각각 53.01%· 59.93%, 스턴루거는 14.25% 하락하는 등 총기회사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뱅가드스몰캡지수펀드 수익률은 30.03% 올라 대조적이었다. 렌터카 업체와 은행들이 미 최대 보수세력인 전미총기협회(NRA)의 후원을 철회하는 등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해일 이사는 “무기 판매 실적이 저조하고 규제 강화 우려에 주가가 부진한 것을 고려할 때 총기회사들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금융그룹의 제이미 콕스는 “주식을 계속 보유하면서 얻는 수익보다 부정적인 여론에서 오는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며 “1,630억달러 자산규모를 생각하면 총기제조사들의 지분을 정리해도 포트폴리오에 무리가 없다”고 분석했다.
총기들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판매점에 진열돼 있다. /애틀랜타=EPA연합뉴스
반면 사회 문제와 투자를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제한된 리스크 내에서 최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공적연금의 기본 운용 원칙이기 때문이다. 또 마약·도박 관련 기업 투자는 허용하고 총기회사 투자만 제한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연기금이 패스트푸드·탄산음료 등 건강을 해치는 식료품 제조사들의 지분까지 정리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WP는 “1970년대부터 ‘범죄 기업 주식’(sin stocks) 투자 논란이 수십년 간 이어졌다”며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복수의 연기금에 자문서비스를 해온 이안 래노프 변호사는 “리스크 확대나 수익 감소 없이 공익을 추구하는 일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총기회사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려면 그에 마땅한 대안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