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못할라" 안전진단 벼락치기 나선 조합들

성산시영 주민대상 모금 진행
올림픽선수촌 동의서 징구 등
내달 기준강화 앞두고 총력전
일부 단지선 '반발운동' 추진

정부의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건축을 준비하던 단지들이 하루라도 빨리 안전진단을 실시하려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합원 대상으로 안전진단실시를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하고 안전진단 신청 동의서를 받는 작업에도 사력을 다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는 단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안전진단 실시를 위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4억1,500만원을 모으는 게 목표다. 성산시영 단지 관계자는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피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 세대당 13~15만원을 납부해야 하는데 모금 액수를 채우기 위해 50~100만원을 납부하는 주민도 있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은 ‘주민동의서 구청에 제출->구청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안전진단 용역 업체 선정->안전진단 시행’ 단계로 이뤄진다. 안전진단을 실시하려면 안전진단 용역 업체 선정을 위한 비용을 구청에 납부해야 한다.


안전진단의 전 단계인 현지조사를 받기 위한 안전진단 신청 동의서를 받는 작업에도 불이 붙고 있다. 오는 5월 송파구청에 안전진단을 신청하려고 했던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일정을 앞당겨 지난 24~25일 이틀동안 주민들을 대상으로 안전진단 신청 동의서를 받았다. 목동 신시가지 4단지는 21일 양천구청에 안전진단을 신청했고 5단지와 9단지도 주민 동의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 단지들이 강화된 안전진단 규정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안전진단을 수행할 용역 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완료해야 하는데 국토부의 방침대로라면 이르면 내달 초부터 새 기준이 시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의 비율을 50%로 강화하는 내용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내달 2일까지 행정예고한 후 시행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행정예고 기간 접수된 의견에 대한 검토작업 등 남은 절차가 있어서 새 기준이 언제 시행될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르면 5일부터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재건축 아파트들은 다음달 초까지는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해 서울 시내 구청들은 안전진단 용역업체 입찰 공고를 쏟아내는 중이다.

한편 재건축 단지들은 안전진단 강화 조치에 반발하는 운동도 전개할 예정이다. 목동 재건축 문제와 관련해 구성된 단체인 ‘양천발전시민연대’ 관계자들은 26일 국토부를 찾아가 의견서를 제출하고 고위 관계자 면담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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