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시절 성추행 혐의 등으로 교수직에서 해임된 전력이 있는 감태준(71) 시인이 국내 대표 문인단체 중 하나인 한국시인협회 신임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한국시인협회는 26일 오전 감 시인이 “용퇴한다”면서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새 회장으로 선출된 지 한 달여 만이다.

그는 지난달 시인협회 평의원(역대 회장을 지낸 원로들) 회의를 통해 임기 2년의 새 회장으로 선출돼 내달 총회 취임식을 거쳐 공식 회장직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과거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당시 제자 성추행·성폭행 혐의로 고발돼 교수직에서 해임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발목을 잡았다. 해당 사실을 아는 문인들의 반발과 최근 ‘미투 운동’이 거센 가운데 그의 시인협회 회장 선출 사실이 이달 초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게 됐다.


협회 측은 형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감 시인의 말을 믿고 회장으로 뽑았다. 하지만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가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확산해 파장이 커지자 지난 19일 회의를 열어 감 시인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했다. 이때까지도 감 시인은 회장직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사건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한 언론을 통해 퍼져 심각성이 더 커졌고 결국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감 시인은 2007년 그가 지도교수를 지냈던 석·박사과정 제자들로부터 성추행·성폭행 가해자로 고발돼 이듬해 1월 해임됐다. 당시 성폭행 의혹으로 형사 기소됐으나, 법원에서 피해자 진술이 번복됐다는 사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가 학교 측에 알린 뒤 형사 고소까지는 하지 않았다. 감 시인은 성폭행 의혹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교수직 해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성폭행 사건의 경우 의심할만한 처신을 했다고 볼 정황이 있고 성추행 사건은 사실로 판단해 해임 취소 요구를 기각했다.

한국시인협회는 1957년 설립된 국내 대표 문인단체 중 하나로 그동안 회장직을 거친 원로 시인들 대부분이 정부가 원로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설립한 특수예우기관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돼 각종 우대를 받고 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