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금융회사 최고 경영진이 부랴부랴 차기 회장과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하나금융과 KB금융, DGB금융 등이 회장을 사외이사나 회장추천위원회에서 배제하기로 했고, 이 같은 결정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인데요.
우리은행만큼은 주주들이 직접 사외이사와 행장을 뽑는 과점주주체제 덕에 이번 지배구조 논란에서 자유로운 모습입니다. 정훈규기자입니다.
[기자]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를 집중 점검할 계획입니다.
핵심은 경영진이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연임시켜주는 ‘셀프 연임’ 고리를 끊어 내는 것입니다.
금융사마다 부랴부랴 지배구조 재정비에 돌입한 가운데, 주주들이 직접 사외이사와 행장을 뽑는 우리은행의 과점주주체제가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이후 4~6%씩 지분을 보유한 다수의 과점주주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각 과점주주가 자신의 몫으로 한 명씩 추천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되고, 이들이 행장 선임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영진이 거수기 사외이사를 내세워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차단된 셈입니다.
과점주주 체제가 들어선 이후 우리은행 이사회는 반기별 경영 평가를 하며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했습니다.
민영화 초대 행장이던 이광구 전 행장에게 통상적인 3년 임기가 아닌 2년의 임기를 부여한 것도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들은 주인이 없어서 문제지만, 반대로 지배적인 주주가 있는 경우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걱정한다”며 “과점주주체제는 그 중간 형태로 최근 여러 금융지주가 바람직한 형태로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은행 과점주주체제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시각도 긍정적인 편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민간회사의 회추위나 사추위 구성에 당국이 개입할 생각은 없다”며 직접적인 평가는 피했지만, “과점주주들에 의한 자율경영 지배구조가 당국이 얘기해온 우리은행 민영화의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6년 8월 당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의 과점주주 방식 민영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민영화된 우리은행의 핵심은 지배구조”라며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새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훈규기자 cargo29@sedaily.com
[영상편집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