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김수현(왼쪽)·최정인씨가 강릉 올림픽파크의 조형물 앞에서 스케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권욱기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 25일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연설에서 “자원봉사자 여러분, 헌신에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자원봉사자는 경기장 시설, 선수단과 더불어 올림픽의 필수요소다. 평창올림픽에는 1만4,202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대회의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중 81%가 18~29세다. 성별로는 여성이 70%. 전체의 약 60%가 20대 여성이다.
대회 폐막 전 강릉 하키센터에서 만난 여대생 김수현(20)·최정인(20)씨도 그 60% 중 일부다. 둘은 같은 직무인 남자 아이스하키팀 지원업무에 배정되면서 친해졌다고 한다. 근무시간은 하루 최대 9시간. 올림픽 참가팀이 이동할 때는 오전3시가 넘는 시각까지 일하기도 했다. 아이스하키는 종목 특성상 장비가 많아 한 팀의 장비를 옮기는 데 5톤트럭이 사용된다. 그런데 강릉 하키센터 자원봉사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어떤 팀은 왜 남자 자원봉사자가 더 없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씨는 “힘든 일도 물론 있었지만 같이 일하는 분들과 친해지려니 이별이다. 헤어지기 아쉽다”며 “각 팀에 링크 들어갈 시간 알려주고 링크장 문 열어주고 필요한 물품을 그때그때 지원해주는 일도 했는데 경기 때 골을 넣으면 코치분이 주먹을 맞부딪쳐주시더라. 다시 경험하기 힘든 짜릿한 추억이었다”고 돌아봤다. 최씨는 “물론 자원봉사자가 먼저 주먹을 내밀거나 하이파이브를 요청하면 안 된다. 특히 지는 팀 지원을 담당하고 있을 때는 죽을 맛이다. 정말 가만히 있어야 하고 표정관리도 잘해야 한다”며 웃었다. 참가국 중 우리나라가 로커룸 등 경기장 뒤에서 가장 예민한 편이었고 우승한 러시아 출신 선수(OAR)팀은 여기저기에 불만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평창 선수촌에서 근무한 한 일본인 자원봉사자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등 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 자원봉사 경험이 세 번째라며 “또 한국에서 국제대회가 열리면 그때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창은 세 번의 도전 끝에 어렵게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는데 잘 치러내서 왠지 뿌듯하다. 축하 인사를 전한다”고 했다.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최정인(왼쪽)·김수현씨가 강릉 하키센터 관중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권욱기자
이번 대회 초반에는 자원봉사자와 운영인력의 처우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부실한 식사와 부족한 셔틀버스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 한 자원봉사자는 “식사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가 오지 않아 밤늦게 1시간 넘게 떨어야 하는 날이 많았다. 다행히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기는 했다”고 돌아봤다. 또 한 자원봉사자는 “4인실을 썼는데 룸메이트 한 명이 노로바이러스에 걸렸다. 근데 그 한 명을 따로 격리할 공간이 없다며 4명 모두를 사흘간 방에 있게 했다. 나머지 사람들이 안 걸려서 다행이지 아찔했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초기대응은 미흡한 편이었다.
슬로프스타일 경기위원장으로 40여일을 평창에서 지낸 남상백 한양대스포츠과학부 교수는 26일 “바쁠 때는 오전4시부터 운영요원·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뒹굴었다. 한국에서 언제 또 열릴지 모를 올림픽에 일조했다는 뿌듯함을 많이 얘기하더라”며 “올림픽 레거시(유산)는 경기장 시설이나 경제적인 면뿐 아니라 이런 큰 대회를 치렀다는 경험과 기억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IOC와 국제스키연맹(FIS) 관계자들이 경기 운영에 대해 놀랄 만큼 만족스럽다는 얘기를 해주고 갔다”고 말했다.
/평창·강릉=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