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드]伊, 난민문제 두고 극단적 분열...총선후 더 큰 혼란 예고

■총선 D-5...이탈리아 어디로
'파시즘 VS 반파시즘' 충돌
총격·방화 등 폭력시위 빈발
反난민 기댄 극우세력 득세속
과반 정당 출현 가능성 적어
사회 불안정 더욱 심각해질듯

오는 3월4일 총선을 앞둔 이탈리아에서 난민 문제를 둘러싼 사회갈등이 파시즘과 반(反)파시즘, 인종주의 등 극단적 이념 갈등으로 번지면서 최악의 정치·사회 혼돈이 일어나고 있다. 반난민 정서에 기댄 극우세력으로 지지층이 몰리고 있지만 어느 당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파시즘 성향의 극우단체와 반파시즘 성향의 진보단체 간 무력충돌이 이어지고 있어 선거 이후 사회 불안정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번 선거는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에서 득세한 극우세력이 유럽 내 ‘주류’ 정치세력으로 위상을 굳힐 시험대라는 점에서 국제사회도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탈리아 총선 결과는 4월 헝가리 총선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유럽 내 우클릭 현상이 확고한 흐름으로 잡힐지도 주목된다.

26일 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선거를 앞두고 이탈리아에서 지난 6주간 총격·방화·폭행 등을 포함해 정치적 목적으로 발생한 폭력시위는 70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로마에서는 지난 24일 10만여명이 모여 반파시즘·반인종주의 시위를 벌였고 같은 날 밀라노에서는 2만여명이 집결한 가운데 이민자 규제를 주장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이처럼 대규모 폭력시위가 이어지는 것은 최근 선거전이 난민 문제를 둘러싼 이념 다툼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난민을 포함한 이민이 범죄와 경제, 집권당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이번 총선의 주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일반 유권자들이 중도좌 성향인 집권당의 이민정책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에는 2013년 이래 약 70만명의 아프리카·중동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몰려들면서 난민으로 인한 사회·정치적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실업률도 유럽연합(EU) 평균보다 2%포인트가량 높은 11%를 기록해 오랜 경기침체에 대한 불만도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인의 43%가 난민으로 야기된 무질서나 안전위협이 증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며 “난민 문제에 대한 두려움이 선거를 지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난민 위기와 경기침체 분위기는 우파연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와 동맹당·형제당(FDI) 등 우파연합은 반난민 정서에 기댄 지지율 상승세를 바탕으로 연합정부 구성을 모색하고 있다. 15일 치러진 총선 전 마지막 설문조사에서 우파 3당 연합은 지지율 36.8%로 선두를 기록했다. 오성운동이 28%로 뒤를 이었고 민주당을 포함한 좌파연합은 27%에 그쳤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파연합이 선거에서 승리해도 이탈리아 정계의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FI와 동맹당이 난민을 제외한 EU와 유로화 등 핵심 정책에서 상당한 간극으로 보여 우파연합이 단독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기 때문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온건한 친유럽주의자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으나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와 조르자 멜로니 FDI 대표는 ‘이탈리아 우선’을 외치며 집권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떠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특히 2013년 총선 당시 4%에 그쳤던 지지율이 반난민 분위기를 타고 13%로 수직 상승한 동맹당은 차기 총리 자리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신들은 FI가 민주당과 손잡고 독일식 대연정을 꾸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해 연정이 꾸려지고 사회가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르코 바사니 밀라노대 정치학 교수는 “남북 지역 간 차이가 커 이념갈등은 가까운 시일 내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게다가 정당들은 지출과 차입 증가, 국가채무 확대 등 진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