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베를린=로이터연합뉴스
보건장관 후보자로 호명된 옌스 슈판 재무차관 /베를린=AFP연합뉴스
독일 교육장관 후보자에 호명된 아냐 카를릭체크 기독민주당 제1원내부대표/뮌스터=AF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사회민주당(SPD)과의 대연정을 앞두고 새 내각을 인선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인 30대의 옌스 슈판(37) 현 재무차관을 보건장관에 임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메르켈 총리가 자신의 정책에 가장 비판적인 슈판 차관을 기용한 것을 두고 ‘포스트 메르켈’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25일(현지시간) 도이체벨레는 집권 다수 기독민주당(CDU)을 이끄는 메르켈 총리가 이날 네 번째 내각에 등용할 장관 후보자 총 6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미래지향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선발했다”며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뿐 아니라 참신한 인물도 뽑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보건장관 후보로 호명된 슈판 재무차관이다. 그는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등 중도정책에 강력히 반대해 메르켈 총리의 정적으로 꼽혀온 대표적인 보수인사다. 도이체벨레는 “기민당 보수파 내부에서 당이 너무 좌파적으로 변했다는 목소리가 있었고 슈판은 이들의 목소리를 가장 크게 대변했다”며 그는 언젠가 기민당을 이끌 지도자로 여겨지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메르켈 총리 이후의 리더십을 찾는 후계자 논의가 독일 정계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슈판의 장관 임명은 본격적인 후계자 레이스의 시작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발표된 다른 장관 후보자들은 실용적인 메르켈 총리의 스타일을 반영하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기민당이 차지한 장관 중 가장 요직인 경제장관으로는 메르켈 총리 최측근으로 통하는 페터 알트마이어 총리실장이 지명됐고 총리실장 후임으로는 헬게 브라운 총리실 차관이 지명됐다.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로 자주 지목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은 유임되며 차기 총리 예비주자군에 포함된 율리아 클뢰크너 라인란트팔츠주 당대표는 농림장관으로 지명됐다. 교육장관으로는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정책에 힘써온 46세의 방송대 출신 아냐 카를릭체크 기민당 제1원내부대표가 ‘깜짝’ 지명돼 장관급 인사 6명 중 3명을 여성이 차지하게 됐다.
기민당은 26일 사회민주당과의 대연정 합의안을 승인했다. 다만 사민당은 아직 대연정 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고 투표 결과는 다음달 4일 발표된다. 현지 언론은 반대표가 더 많을 경우 독일이 정치적 마비에 직면하는 동시에 메르켈 총리는 12년간의 임기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