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결정 미룬 금호타이어]"파국만은 막자" 공감대 형성했지만...법정관리 피할 수 있을까

勞 "中 매각 반대"에…채권단도 "향후 논의" 한 발 물러서
오늘 다시 이사회 개최...양측 대타협 가능할지 주목

금호타이어와 채권단은 26일 자구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MOU) 체결을 하루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금호타이어 노조는 회사 측이 마련한 자구안 수용 여부를 결론 짓지 못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전경. /사진제공=금호타이어
법정관리 여부의 갈림길에 선 금호타이어(073240)가 26일 운명의 날을 맞았지만 노사가 팽팽히 맞서며 경영정상화 계획(자구안)을 타결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채권단의 요구로 사측이 제시한 자구안에 대해 노조는 해외 매각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면서 자구안에 반대했다. 다만 해외 매각을 제외한다면 자구안을 수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해외 기업으로부터 자본을 유치해 금호타이어의 경영을 정상화하려던 채권단은 이날까지 자구안에 노조가 동의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도 향후 해외투자 유치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별도 협의를 거쳐 진행할 것을 노조에 제안하며 일정 부분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채권단, 노조에 최후통첩=채권단이 노조에 이날까지 자구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파국 상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노조에 있다고 ‘최후통첩’을 보내면서도 해외 매각과 관련해서는 향후 별도 협의를 제안한 것은 노사 합의를 압박하는 동시에 해외 매각에 대한 노조의 우려를 달래려는 ‘양면작전’으로 풀이된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 같은 입장을 전달받고 이날 밤늦게까지 사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금호타이어 이사회는 이날로 예정됐던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MOU) 체결을 하루 연기하기로 했다. 김종호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연기에 대해 100% 동의하면서다. 채권단 역시 마감 시한을 넘겼지만 하루 정도는 더 기다려줄 수 있다는 입장을 금호타이어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자구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며 상당 부분 진전을 보였으나 최근 채권단이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노조는 협상 자체를 거부하며 전면 투쟁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날 노사는 파국만은 막자는 공감대 속에 경영정상화 계획을 두고 재차 협상 테이블을 꾸렸고 채권단은 대화가 재개된 만큼 시간을 좀 더 주자고 결정했다.

◇여전히 벼랑 끝, 노조·채권단 대타협 주목=채권단은 지난 1월 노사 합의를 거쳐 자구안 이행 약정서를 체결한다는 조건으로 1조3,000억원의 채권 만기를 1년 연장해줬다. 노사 합의가 불발돼 약정서가 체결되지 않으면 채권 만기 연장안의 효력은 상실된다. 결국 채권단이 채권 회수에 돌입하면 금호타이어의 선택지는 법정관리 신청밖에 없다. 채권단은 약정서가 체결되지 않으면 경영정상화의 후속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공문을 금호타이어에 보낸 상태다. 아울러 법정관리에 들어갈 준비를 미리 해달라는 요청도 비공식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꼬인 실타래를 푸는 것도 결국 노조 몫이다. 노조가 해외 매각을 포함해 채권단의 향후 매각 작업에 전적으로 동의하면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행을 피할 수 있다.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채권단은 노조의 동의 없이 희망퇴직·임금삭감 등이 포함된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채권단이 향후 해외투자 유치가 불가피한 경우에 별도 협의를 거쳐 진행하자고 제안한 만큼 더블스타로의 매각 이슈는 잠시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이 방위사업청에 비공식적으로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이 해외 업체로 넘어가도 되는지 여부에 대한 해석을 요청했지만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성사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 역시 노조 입장에서는 일단 한 발 물러설 수 있는 요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군산공장 전격 폐쇄를 결정한 한국GM을 볼 때 채권단으로서도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을 강행하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지역에서 해외 매각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조민규·노희영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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