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잡스의 입사지원서




2008년 12월17일 미국 NBC TV 토크쇼 ‘더 투나잇 쇼’에 출연한 할리우드 미녀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지독한 감기를 호소하며 방송 도중 코를 풀었다. 이때 방송을 진행하고 있던 제이 레노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요한슨이 코를 푼 휴지를 자선행사를 위한 경매사이트에 올려 보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요한슨도 이 휴지를 온라인 경매 웹사이트 이베이(eBay)에 올려 수입금을 미국 식량배급 자선단체인 ‘USA하비스트푸드채러티(Harvest Food Charity)’에 기부하는 데 동의했다. 요한슨은 자신의 감기가 영화 ‘스피릿(Spirit)’에 함께 출연한 배우 사무엘 L 잭슨으로부터 옮은 것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가치가 더 높을 것이라며 경매물품을 홍보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음날 99센트로 시작된 요한슨의 휴지는 5일 만에 5,300달러라는 높은 가격에 최종 낙찰됐다.

이처럼 경매시장에는 일반인들이 상상조차 못하는 이색 물품들이 종종 등장한다. 2011년 영국에서는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어금니가 경매물품으로 나왔다. 1964~1968년 사이에 레넌이 가정부 도트 잘렛에게 ‘선물’한 것이다. 당초에는 어금니를 버려달라고 했다가 잘렛의 딸이 비틀스 팬인 것을 기억해내고는 “딸에게 기념품으로 줘도 좋다”고 해서 잘렛이 보관했던 것이라고 한다. 2000년에는 남성 밴드 ‘엔싱크’의 멤버로 인기를 누리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남긴 아침식사가 3,154달러에 낙찰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창업하기 3년 전 구직활동을 하면서 쓴 친필 입사지원서가 경매시장에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스턴 RR옥션은 1973년 잡스가 작성한 한 장짜리 입사지원서를 3월8~15일 경매에 올릴 계획이다. 잡스는 이 지원서에 자신의 이름을 ‘스티븐 잡스’로 기재했고 주소는 중퇴 전 잠시 다닌 ‘리드 대학’으로 적었다. 입사 희망 회사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것으로 봐 잡스가 작성만 해놓고 실제 지원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때 잡스가 취업했으면 정보기술(IT)의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생각하면 재미있어진다. 아마도 지금의 아이폰은 없지 않을까. /오철수 논설실장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