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글로벌 M&A 선택 아닌 필수다

백인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전무

지난 2016년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 및 글로벌 명품 오디오 생산 업체로 유명한 미국의 상장법인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원)에 인수한다는 발표가 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뜻하는 아웃바운드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큰 거래 규모였는데 이 딜에 참여했던 필자는 우리 기업이 글로벌 명품 기업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그렇다면 글로벌 M&A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떠한가? 한국은 2017년도 기준으로 M&A 딜 금액이 416억달러로 전 세계 M&A 딜 금액(3조달러)의 1.4%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인 점을 감안하면 체면치레 정도는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아웃바운드 M&A 금액(톰슨로이터 자료)은 2015~2017년 평균 75억달러로 중국의 1,530억달러, 일본의 832억달러 대비 절대금액에 있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기는 하지만 해외 기업 M&A는 일부 대기업에 국한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기업들에 해외 기업 M&A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새로운 시장으로 나가고 선진 기술과 인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M&A가 매우 유용한 전략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해외 M&A를 고려하고 있지만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실행에 나서기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우선 기업 내부에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현지 시장과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의사결정이 느린 점도 부진한 해외 M&A의 한 요인이다.

최근 베트남에서 만난 현지 M&A 전문가는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재무자료 등을 먼저 요구하는 반면 중국 기업은 자료 대신 미팅을 먼저 원한다”며 “중국 기업들의 빠른 의사결정에 한국 기업들이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글로벌 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빠른 의사결정이 아닐까 싶다.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로 인해 이제 우리 기업들은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경쟁하지 않으면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시대가 됐다. 주도면밀한 해외 진출 전략을 고민하고 보다 과감한 해외 투자를 통해 지속적인 신성장동력의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대해본다.

백인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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