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근로시간 줄이면서 생산성 향상 논의는 왜 없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논란이 됐던 8시간 이내의 휴일근무수당은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150%로 유지했다.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하도록 허용했던 특례업종도 26개에서 5개로 축소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오는 7월, 50∼299인 사업장과 5∼49인 사업장은 각각 2020년 1월,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이번 개정안은 여야가 타협을 통해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반갑다. 특히 휴일근무수당 등에서 기업 부담을 고려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세계 최장 수준인 우리나라 근로시간을 생각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2016년 기준 연평균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00시간 이상 길다. 그렇다고 근로시간 단축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기업 경쟁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고민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생산성 제고 없이 근로시간만 줄어들면 기업·근로자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기업 경쟁력도, 근로자 삶의 질도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동비용마저 줄지 않는다면 기업 경쟁력이 나아질 리 없다. 일자리에도 불똥이 튈 공산이 크다. 근로시간 단축에도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기업들은 추가 고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생산성 제고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는 기업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지원 강화와 함께 임금체계 개편도 필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1월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임금체계부터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투입(근로시간)이 아닌 산출(생산량)에 따라 보상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새겨들을 만하다. 이를 포함해 낮은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정부·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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