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6개월전 말레이 지인에게 “목숨 위험하다” 토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 6개월전 말레이시아의 지인에게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27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관련 공판에서 현지 경찰 당국자 완 아지룰 체 완 아지즈는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의 지인에게서 차량과 운전사를 빌리며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김정남은 작년 2월 6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가 같은달 13일 거주지인 마카오로 돌아가는 길에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고 숨졌다.

완 아지룰은 피고인측 변호인이 진행한 반대신문에서 김정남이 이 기간 현지 지인인 토미에 요시오에게서 운전사 딸린 차량을 빌렸으며 “피살 6개월 전 (요시오에게) ‘목숨을 잃을까 두렵다. 운전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요시오란 인물의 인적사항이나 현재 소재지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김정남의 발언은 그가 자신이 암살될 가능성을 어렴풋이나마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완 아지룰은 이날 법정에서 김정남 암살에 관여한 동남아 출신 여성 피고인들이 북한인 주범들에게 속았을 뿐이라는 피고인측 변호인의 주장에 동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 국적 피고인 시티 아이샤(26·여)와 베트남 출신 피고인 도안 티 흐엉(30·여)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도구로 이용됐을 뿐이라며 체포된 이후 줄곧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들이 국외로 도주한 북한인 용의자 4명과 김정남을 살해할 공동의 의사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이들을 작년 3월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고의적 살인이 입증될 경우 반드시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샤알람 고등법원은 내달 14일 시티와 도안에 대한 다음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판결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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